[제주 말들 '합방의 계절'] '시정마'의 비애

제주도엔 말들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암말들이 발정하는 봄철을 맞아 한국마사회 제주육성목장에서 2세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육성목장은 지난달 2일 고사를 지내고 짝짓기를 시작했는데 이번 짝짓기 시즌에는 씨수말 15마리가 오는 6월말까지 암말 720마리를 상대로 씨를 뿌리고 있다. 제주육성목장의 교배소는 말들의 결혼식장이자 신방이다. 신랑신부 출입문이 따로 있고 교배소 한복판엔 커다란 아름드리 통나무를 고인돌처럼 받쳐놓은 '종부대'가 설치돼 있다. 종부대는 '거사'를 치를때 암말이 가슴을 받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한켠엔 전면 통유리로 가로막은 관람석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이 와서 관람하기도 한다. 짝짓기는 치밀한 준비와 계획에 따라 엄숙하게 진행된다. 암말에 대한 발정여부와 수태능력, 씨수말의 신체검사를 실시한뒤 목욕재계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 제주=이규승 기자>
"일단 애무만 해…준비됐으면 넌 빠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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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짝짓기에 시정마(試情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말이 발정기가 식었거나 수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말이 뒤로 접근하면 두발로 사정없이 걷어차 버린다.
그러다 씨수말이 부상이라도 당하는 날엔 경주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 그래서 사전 시정마를 통해 눈치를 살펴보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시정마를 데려다 암말에게 애무를 시키면 수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면 얌전히 있게 된다. 그리고 몸이 달아올라 수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정마도 수말이다. 씨수말을 들여보내기 위해 시정마를 끌어낼때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정마는 주로 임신 능력이 사라진 노쇠마들이 맡지만 그래도 수말이어서 성적 욕구가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상태여서 그냥 나가려들 턱이 없는 것이다.
시정마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암말을 애무하다 몸을 비벼대기도 하는데 그러다 자칫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강제로 끌어내는데 급한 놈은 그 과정에 허공에 욕구를 분출, 그 양이 워낙 많아 주변의 교배사들이 전신에 정액 세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이루지 못한채 강제로 끌려나가는 시정마는 불쌍하기 그지없다.
이는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일어남에 따라 제주육성목장측은 몇년전부터 시정마에게 앞치마를 입혀주고 있다.
암말에게 몸을 비벼대다가 앞치마 속에서 욕구를 분출토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욕구를 분출하지 못한 시정마에 대해서는 정액 채취기구인 인공질을 이용, 도와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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