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간호학과 '여대 첫 남학생' 18명 신인류 탄생

2007. 3. 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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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이 된 남학생'… 캠퍼스 '신인류' 탄생

성신여대,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승계…'학적 이전'

"수상한 남학생" 수위아저씨와 실랑이 '다반사'

남자화장실앞 '여학생 절대 출입금지' 안내문도

◇ 성신여대 간호학과 고병수씨가 여학생들로 가득한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다.

 "요즘 컴퓨터 게임할 때 아이디를 '간호대학'으로 해요. 그럼 사람들이 어느 학교 다니냐고 물어봐요. 성신여대 다닌다고 대답하면 남자들이 같이 게임하자고 메시지를 보내요. 그 때 '난 남자다'라고 밝히면 상대방이 장난하냐고 욕을 막 해요. 전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올해 신설된 성신여대 간호학과에는 '남학생'이 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무려 18명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성신여대가 국립의료원 간호대학(3년제)을 승계하면서 남학생 18명을 포함한 기존 재학생 134명(2학년 73명, 3학년 61명)이 2007년 1학기부터 성신여대로 학적을 옮겼다. 남학생이 '여대생'이 된 것은 대한민국 대학교육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여대 남학생'이 된 최성호씨(23)와 고병수씨(27)를 직접 만나 그들의 달라진 삶을 들여다봤다.

 ▶여학생 절대 출입금지 화장실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남녀 학생 모두 신경쓸 일, 불편한 점이 많아졌다. 간호학과 학생회장 최성호씨는 "처음엔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힐끔힐끔 쳐다봐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며 "도서관에서 여학생 옆에 앉았더니 다른 자리로 도망갔다. 여학생들도 우리를 어색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학과는 인문대 건물 7,8층을 쓰고 있는데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검문'하는 수위아저씨와의 실랑이는 '일상다반사'다. 여학생들이 '여기 수상한 남학생들이 있다'고 신고해서 영문도 모른 채 붙잡힌 적도 있다. 성신여대는 간호대 건물을 새로 지을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대 남학생'의 가장 큰 고민일 듯한 화장실은 의외로 별 문제가 없다. 국립의료원 시절엔 남자화장실이 격층으로 있었지만 성신여대엔 남자 교수를 위한 화장실이 층마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학생들의 불편은 늘었다. 간혹 여자화장실이 만원일 때 텅 빈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호학과 3학년 고병수씨(27)는 "남자화장실 앞에 '여학생 절대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며 껄껄 웃었다. 18명의 남학생이 여대 캠퍼스에 등장했지만 '캠퍼스 커플'로 연결된 경우는 한명 뿐이라고 한다.

 ▶교집합? 양다리? 낀 세대?

 학적은 옮겼지만 '여대 남학생'으로의 변신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예전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학생증에 도서관 출입용 바코드 스티커만 붙여서 쓰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관계자는 "2009년 2월18일까지는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학사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각종 증빙서류에도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직인을 찍는다. 간호학과 조교 김주연씨는 "군입대 등으로 현재 휴학한 학생들은 이후 성신여대 졸업장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간호학과 3학년 고병수씨는 "3년제 전문대학에서 4년제로 편입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 과도기에 애매하게 끼인 남학생들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간호사의 길'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수술, 마취, 신장 투석 등 특수파트에만 남자 간호사들이 투입됐지만 지금은 의료계 전 분야에서 묵묵히 활약하고 있다. 업무도 여성 간호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성호씨는 "주위 사람들이 '남자가 무슨 간호사냐'며 비웃을수록 이 분야에서 뭔가 해내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말했다.

 고병수씨도 "우리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간호학도일 뿐"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곽승훈 기자 european@sportschosun.com, 이재영(경희대) 명예기자 redin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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