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문예출판사)는 '성장 소설'답게 작가 자신의 젊은 철을 반영한 '자전적 작품'이다. 하지만 문학에 목숨줄을 걸려고 벼르던 내게는 상당한 정도까지, 나의 젊은 시절의 삶의 얼룩이며 자국을 알알이 보아 낼 수 있는 거울과도 같았다. 그건 어느만큼은 '내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따질 것도 없다. 소년 주인공, 토니오가 어느 날 사교춤을 배우다가 실수를 해 큰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잖아도 왕따이다시피 한 소년은 그 때문에 친구도, 짝사랑의 소녀도 놓쳐버린다. 가까스로 작가가 된 그는 이젠 부부가 된 남녀를 멀리서나마 다시 보게 된다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러니까 나도 사건을 뒤쫓아서 줄거리나 엮어대는 알량한 소설들에 중독됐다면 몇 장 안 넘겨 내동댕이쳤을 것이다. 이 책에서 요긴한 것은 꼬마때 시인으로 자처한, 토니오의 마음의 상처, 곧 '트라우마'의 궤적이다. 그건 정신과 영혼의 병력지(病歷誌) 같은 것이다. 상실, 절망, 방황, 그리고 고뇌와 미혹(迷惑)의 엎치락뒤치락이다. 토니오는 인생의 영원한 나그네로서 꿈틀댄다.
그러나 그 병력지가 결국은 탐색이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세속적인 성공, 권력, 돈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본바탕에서 비롯한 꿈을 더듬대는 뜨거운 손길 때문에 앓는 마음의 고통이야말로 삶에 대한 탐구였던 것이다. 그 결과로 드디어 그는 현실세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고통과 방황은 현실 긍정으로 열매 맺은 것이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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