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하얀거탑은 내 가슴 속 연기거탑 쌓게해 준 작품"

2007. 3.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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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조은별 기자/ 사진 유용석 기자]

박박 깎은 밤톨 같은 머리, 수술 때마다 테이프로 고정해 놓은 안경, '하얀거탑'의 박건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장준혁의 오른팔로 충심을 다했던 박건하, 한상진은 의외로 싹싹한 성격의 달변가였다. 방송에서도 유달리 피부가 하얗게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더욱 새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그는 소년의 수줍음과 청년의 열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하나, 늦깎이라고 하면 한참 늦깎이일 수 있는 그가 오랜 무명의 설움을 벗고 '하얀거탑'으로 가슴 속 '연기거탑'을 쌓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 무명 생활 "이민 가려고 했었다"

드라마 '하얀거탑' 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의국원들을 설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왜, 빡빡이 윗사람 (홍상일 부교수) 혹은 빡빡이 아래 사람 (함민승 의국장)" 이제 박박 깎은 머리는 한상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 머리는 사실 제 아내(농구선수 박정은)가 정해준 콘셉트예요. 잘 어울리나요?"

머리를 깎은 것은 SBS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가 끝나고 난 뒤였단다.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며 혼신에 힘을 다한 '백만장자~' 출연 이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을 때 느꼈던 막막함. 망망대해에 서 있는 듯한 그때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해외로 이민 가려고 했었다.

"그때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내도 한참 고민하더니 자신이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격려했어요."

마침 TV에서 에릭 주연의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방영하던 때였다. 아내 박정은은 한상진에게 "두상이 예쁘니 머리를 깎아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머리를 밤톨마냥 깎은 뒤 한 드라마에서 주연급 역할에 캐스팅 됐다.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말에 신이 나 달려갔더니 머리를 깎아 이미지가 달라졌다며 거절당했다. 참담한 마음을 추스르고 5일 뒤 '하얀거탑'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의국장 박건하의 탄생을 예고한 순간이었다.

★열심히 연기 하는 모습보다는 "연기 잘한다" 소리 듣고 싶었다

'하얀거탑' 촬영장은 살벌했다. 주연인 김명민을 비롯, 모든 연기자가 열심인 그곳에서 한상진은 튀고 싶었다. 오랜 무명 기간 동안 단역을 맡을 때마다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애쓴 버릇이 남아있던 탓이었다.

대본이 찢어졌다. 안경을 벗고 쓰는 각도까지 일일이 다 계산해 대본에 써놓은 탓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영 아니었다.

"저를 모니터 해주는 몇몇 지인들이 제게 '너 연기하지 말라'고 충고해주더라고요. 화면 속에서 저는 박건하가 아니라 한상진으로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달라져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튀는 버릇을 버리기 위해 배우 한상진이 아닌 의국장 박건하로 살기로 했다. 살을 6Kg 가까이 찌웠다. 체력이 중요한 외과의인 만큼 힘있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풋잠을 자다 깨면 머리가 눌린 모습 그대로 촬영했다.

"아마 코디네이터들이 저 무척 싫어했을 거예요"라며 한상진은 예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얀거탑'을 마칠 무렵 친한 선배였던 탤런트 조민수에게 전화가 왔더란다.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칭찬을 해준 적 없는 조민수가 "너 이번엔 좀 (연기가) 늘은 것 같더라"며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해준 칭찬에 온 세상을 얻은 것 같다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6개월간의 노고가 엿보였다.

★끝나지 않는 '하얀거탑' 후유증 "첫사랑을 떠나보낸 느낌이다"

'하얀거탑' 마지막 방송은 장준혁의 죽음으로 끝났다. 장준혁 역의 김명민은 종방연에서 '하얀거탑'의 촬영후유증을 얘기하며 "우리 집이 1층이라 망정이지, 고층이었으면..." 라는 말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상진 역시 아직 '하얀거탑'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방송 날 인터넷 사이트 DC 인사이드 (www.dcinside.com) '하얀거탑' 갤러리에서 열혈 마니아들에게 웹상으로 인사를 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얀거탑' 마지막 촬영 뒤 다른 연기자들이 한잔 하자고 권하는데 도저히 술 마실 기분이 안 들더라고요. 그 길로 집에 가서 '하얀거탑' OST를 들으며 펑펑 울었어요. 너무 행복한데....이상하게 가슴이 아린 거예요. '하얀거탑'이 끝났다는 것이....이 작품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요. 마치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장준혁의 해부 장면을 떠올리며 인터뷰 도중 또 다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만큼 '하얀거탑'은 그의 연기 인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상진이라는 인간이 '배우 한상진'으로서 연기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작품인걸요. 그렇지만 이제는 벗어나야죠. 박건하를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배우는 한 작품에만 갇혀서는 안되니까요."

★5개 포털 사이트 9시간 동안 검색어 1위 "한상진 아내 농구 선수 박정은"

'한상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아내 농구선수 박정은이다. '하얀거탑'이 종영된 날 박정은 선수와 부부관계인 것이 한 언론매체에 의해 밝혀지며 그는 5개 포털사이트에 9시간 동안 검색어 1위에 올랐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신기해요. 그동안 농구선수 박정은 남편 탤런트 한상진으로 알려졌는데 '하얀거탑'에 출연하면서 한상진 아내 박정은이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오른 거예요. 가문의 영광이지요."

그는 아내 박정은의 꼼꼼한 모니터와 신랄한 조언이 자신의 연기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최근 '하얀거탑'으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여기저기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자 아내가 혹여나 생길지도 모르는 자만심을 경계하라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아내는 오랜 시간 스타 플레이어였잖아요. 그래서 팬들에게 스타가 어떤 의미인지 저보다 더 잘 알아요. 아내는 늘 제게 충고하지요. 저는 여러 명의 팬들을 만나지만 팬들은 제가 하는 행동 하나를 보고 저를 판단한다고. 항상 팬들에게 친절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충고해요."

2003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약 1년간의 열애 끝에 2004년 결혼에 골인한 이들은 현재 결혼 4년차 부부. 아직 2세는 없다.

"아내가 선수생활을 하는 만큼은 제가 외조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외조하고 싶어요. 저 역시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아직 2세 계획은 없어요."

★가장 소중한 재산은 고마운 사람들 "인맥 동원하면 라디오 1주일 코너 꾸릴 수 있어요"

그는 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했다. '카이스트'의 주인공은 '하얀거탑"에서 염동일로 출연한 기태영. 한상진은 당시 기태영은 스타였다고 회고했다.

"저는 이름조차 없는 단역이었지만 태영이 인기는 대단했죠. 어디를 가든 소녀팬들이 '오빠오빠'하고 쫓아오는 통에 촬영이 힘들 정도였어요."

이날도 인터뷰 내내 "빨리 술 먹으러 오라"는 기태영의 문자가 6~7개 정도 왔다. 그는 "이제 태영이랑은 수시로 헤드록을 거는 허물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태영이랑 상현이 형(탤런트 윤상현)과 술 한잔 하기로 했어요. 제 성격이 실제로도 박건하 같은 면이 있어요. 한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함께 가지요. 아! 그런데 인간 한상진은 위증 안해요. 거짓말을 못하거든요(웃음)."

그는 자신은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무명 시절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았을 때 항상 자신을 독려해 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연출 이명우 PD,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의 강신효 PD와'하얀거탑'의 안판석 PD는 잊지 못할 은인이라며 인터뷰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름 마당발이라고 자처하는 그는 추후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라디오 DJ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벌써 게스트들까지 다 구성해놓은걸요. 대한민국에서 절대 라디오에 안 나올 것 같은 게스트들을 섭외해 한상진만의 색깔이 도드라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오랜 무명을 겪은 탓에 가장 자신있는 역할은 백수 역할이지만 사극의 무사 역할에 꼭 도전하고 싶다는 배우 한상진, 의리와 의협심을 지키는 것에 있어서라면 둘째 갈만큼 남자다운 이 배우의 소망은 "저 배우 정말 좋은 배우다"라는 평을 듣고 싶은 것이다.

"처음이 중요하지요. 앞으로 이 마음 변치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은별 mulgae@newsen.com /유용석 photo@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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