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모텔, 미성년자 탈선장소-범죄자 은신처로 악용 소지
무인모텔 '책임도 묻지마'? |
신분증 검사 생략 … CCTV만 확인'구멍' "신고업종 변경-규제 어려워-단속인원 부족" 경찰청-보건복지부-지자체 '책임 떠넘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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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가는데 여자친구랑 모텔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모텔에선 신분증 검사를 한다고 해서 걱정인데 좋은 방법 없나요?"
"봄방학을 이용해 여자친구랑 1박2일로 부산에 겨울바다를 보러가려 해요. 참고로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싸고 신분증 검사 안하는 모텔 소개 좀 해주세요."
이성친구와의 숙박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중-고교생들의 글들이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고 있다. 신분증 검사로 고민하는 이들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한결같다. "무인모텔 가세요."
투숙객의 사생활을 보호해준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무인모텔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미성년자의 탈선장소로 악용되고 있다. 무인모텔은 CCTV로만 출입자의 얼굴을 확인해 신분 확인이 사실상 어려워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모든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모군(17)은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좋다. 일하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어 여자친구와 편하게 드나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인모텔이 범죄자의 은신처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엔 부산의 한 무인모텔에서 히로뽕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10명이 검거된 사례가 있었다. 무인모텔에선 신분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 것을 노렸다.
현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전국 모텔 개수는 약 3만2658개. 이중 무인모텔의 개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무인모텔'이라는 업종 자체가 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무인모텔의 경우 일반 숙박업으로 사업등록한 후 내부 개조를 통해 운영된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입실에서 퇴실까지 직원은 물론 다른 손님과도 마주칠 일이 없는 '드라이브인 무인모텔(차를 타고 객실앞 차고까지 바로 가는 형태)'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해당 당국은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 담당 직원이 2명이라 단속을 하기엔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관련법도 여러 개라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며 보건복지부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인모텔의 허가 문제는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그런 세세한 부분을 다루기는 어렵다"며 책임을 시, 구청으로 돌렸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숙박업 관리는 지자체 권한이긴 하지만 단속, 처분은 경찰이 맡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숙박업 규제완화 차원에서 자유업으로 규정해 놓았던 모텔을 최근에 신고업종으로 변경했다"며 "하지만 무인모텔과 같은 숙박시설을 사실상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 글ㆍ사진=이해완 parasa@ 손창우 인턴기자 sonking@>
'사람 있는' 무인모텔 |
신권 인식 못하는 정산기 때문에… |
'무인모텔 프런트에도 사람이 있다?'
지난 20일 서울의 J무인모텔.
누군가에게 노출되지 않은 채 조용히 입실할 것을 예상했지만 모텔 현관문을 열었을 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프런트 직원이 "어서오세요"라며 반겼기 때문. 프런트 직원에게 "남자 둘이 모텔에 가기 민망해 무인모텔을 찾았는데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냐?"고 묻자 직원은 "신권이 발행됐는데 무인기기가 신권을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무인기기를 교체하는 3월까진 카운터에서 요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
카운터 옆엔 큰 안내판이 있었다. 각 객실의 모습과 가격이 나와 있고, 아래에 버튼이 달려 있다. 빈 방의 경우 안내판에 불이 들어오는데 화요일 오후 5시였음에도 총 30개 객실 중 남은 방은 고작 둘.
직원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이유가 제일 크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장 저렴한 일반실의 경우 대실료가 2만원으로 일반 모텔에 비해 1만~2만원 정도 싸다.
취재를 위해 들어간 201호 객실은 일반 모텔과 다를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자판기가 이채로웠다. 자판기 안엔 스타킹, 땅콩, 음료수, 여성용 성기구 등이 투명상자 안에 진열돼 있었다. 이 역시 무인시스템으로 가격이 표시된 상품의 버튼을 누르면 상자의 문이 열렸다.
이 물품 비용은 퇴실할 때 현관 옆 무인정산기에 숙박비와 함께 일괄지불하면 되고 요금을 지불해야만 현관문이 열린다. 하지만 당시 신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인정산기는 꺼져있었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무인모텔이지만 방문했을 땐 일반모텔보다 프라이버시를 더 침해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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