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구두 중저가..민원인은 고가
법원 구내 구두방 6년 운영한 업주의 분석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판ㆍ검사들은 비싼 구두를 신을 것이란 일반인의 선입견과 달리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중저가 신발을 오래 신어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 구내에서 구두방을 운영하고 있는 임광수(34)씨의 말이다.
임씨는 오른쪽 손에 검은색 구두약을 묻힌 수건을 쥐고 구두 앞 코를 반짝반짝하게 닦으면서 6년간 부인과 함께 구두방을 운영하며 관찰한 `법원ㆍ검찰 고객'의 취향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1평 남짓한 가게 구석에 수북이 쌓인 구두를 가리키며 "저 중 유명 수입 브랜드 구두는 대부분 변호사 사무장이나 민원인들 거예요. 경매로 나온 주택을 사러 온 사람들도 비싼 구두를 선호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60켤레를 닦는다는 임씨는 부장판사 등 중견 법관들이 임씨에게 5만원 미만인 중저가 신발의 뒷굽 수선을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임씨는 "신발이 너무 해진 것 같아서 `차라리 새로 사서 신으라'고 조언을 해도 `그냥 계속 신을 테니 수선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판ㆍ검사들이 싼 신발을 오래 신고 오히려 민원인들이 고급구두를 선호하는 이유를 "`갑'과 `을'의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판ㆍ검사들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접대가 잦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금융가 사람들이나 영업사원, 변호사 사무장 등이 고급 구두를 선호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임씨는 "판ㆍ검사들은 주로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는 데다 새 신발은 길을 들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구두를 오래 신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할인점에서 산 3∼4만원대 구두를 신는다는 이 법원 A(33) 판사는 "공무원이다 보니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별로 구두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법원 총무과의 B사무관도 "지하철에서 산 3만5천원짜리 구두를 신고 있는데 편해서 좋다"며 "구두는 가격보다 편하고 깨끗한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급 구두일수록 광택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구두 광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 든 중견 판ㆍ검사들이 주로 중저가 구두를 신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것이 임씨의 귀띔이다.
그는 "불로 구두를 약간 지진 뒤 구두약을 녹여 발라야 광택이 제대로 나는데 양가죽 등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한 고급 구두일수록 불을 사용하기 어렵고 인조가죽으로 만든 싼 구두는 상대적으로 불에 강해 광을 내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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