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달리는 한국의 마라톤..5연패 꿈 깨져
한국 마라톤의 앞날이 캄캄하다. 아시안게임 마라톤 5연패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지영준(코오롱)과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은 10일 카타르 도하의 알 코니시 해안도로 코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레이스에서 각각 7위(2시간19분35초)와 14위(2시간27분11초)로 처졌다. 한국 마라톤의 아시아 3류국 전락을 처절히 재확인한 '도하의 참패'였다.
◇언제까지 '포스트 이봉주'를 찾나=한국 마라톤이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뤘다지만 모두 지나간 옛 이야기다. 이봉주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이후 변변한 성적을 낸 적이 없다.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때는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마라톤 강국' 명함을 자진 반납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 이봉주가 14위에 그치며 종합대회 출전을 사실상 마무리하고나서는 국가대표를 뽑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황영조·이봉주가 올림픽 금·은메달을 딴 것도 벌써 10년이 넘은 일이다. 17년째 35차례 풀코스를 완주한, 세계적으로 희귀한 노장 이봉주가 2시간 10분대의 올 시즌 최고기록을 낸 게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다. 육상계에서는 '포스트 이봉주'가 없다고 얘기했을 뿐 '포스트 이봉주'를 발굴·육성하는 일에는 수수방관했다.
◇세계는 뛰어가는데 한국은 뒷걸음질=세계 마라톤은 지구력이 아닌 스피드 레이스로 바뀐 지 오래다. 이날 우승자 샤미도 22㎞ 지점부터 치고 나갔다. 단거리 경주를 방불케하는 막판 스퍼트 싸움도 다반사다. 하지만 한국 마라톤은 여전히 35㎞지점까지 버텨나가다 막판에 승부수를 띄우는, 시대에 뒤떨어진 레이스를 답습하고 있다. 일정 구간을 반복해 달리는 '거리주' 훈련에 치중한다. 트랙 5,000m, 1만m 레이스가 마라톤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지도하지 못했다. 윤여춘 MBC해설위원은 "이봉주의 하프마라톤 국내 최고기록이 10년 넘게 안 깨지고 있다"면서 "철저한 스피드 훈련으로 마라톤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체전만 나가면 되는데…=선수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지자체 소속으로 전국체전에 나가 일정 성적을 거두면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데 불편이 없다. 애써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힘든 훈련을 소화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또 대한육상경기연맹도 이번 대표 선수단 선발에 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때 참패를 당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을 또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뽑은 것도 실착이다. "이름값에 의존해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감독을 두번씩 믿은 게 잘못됐다"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다.
◇참담한 심정으로 새 출발=신필렬 육상연맹 회장은 아시아에서 한국 마라톤의 현 위치를 현장에서 확인한 뒤 "육상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마라톤과 단거리, 투척 등 전략 종목 중심으로 아카데미 형태의 사관학교를 만들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꿈나무 육성 방식도 원점부터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공언했다. 바꾸지 않으면 고사(枯死) 1초 직전의 위기. 과거의 무사안일과 무대책을 지우고 새 틀을 짜는 게 한국 마라톤 부활의 시발점이다.
〈도하|차준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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