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규의 싱싱영어] Let it be! '영어'라는 놈에게 나를 맞춰라

입력 2006. 11. 24. 10:03 수정 2006. 11. 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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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let it be…"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다.

이 노래는 후렴구에서 간단한 'Let it be'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단순한 노래다. 그렇지만, 인기에 목숨을 거는 대중가수인 비틀즈가 보다 재미있는 노래가 아니라 이 따분한 노래를 부르고도 성공을 거둔 것은 이 노랫말의 큰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Let it be'를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해석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는데 앞에서 말한대로 be동사를 I am, you are, she is로만 외우신 분들이라고 본다.

Be동사는 학교 1학년때 처음 시작한 영어수업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I am a boy'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한다'라는 뜻이다. 즉, 그냥 생긴대로 내버려 두라는 조용한 절규다.

베트남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냉전체계에서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에 대항한 비틀즈의 절규가 바로 'Let it be'다. 실제로 이 노래 발표 후 미국 FBI는 비틀즈 멤버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언어를 배울 때도 이처럼 'Let it be'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외국에 가서 나 자신에 대해 너무 재촉하지도 말아야 하지만 새로 접하는 외국문화나 외국인이 사는 방식을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것도 잘못이고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외국어학습은 물 건너간다. 외국어학습의 지름길은 현지인들이 수천년을 살아온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 시작된다.

얼마전 한 출판사의 의뢰를 받고 한 재일교포 만화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기가 막인 만남이었다. 우선 놀란 것은 아버지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고, 어머니는 소위 고국에서 태어나 결혼 후 도일한 교포인데 그런 것 치고는 이 학생의 우리말실력이 너무 형편없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다지만 이론수업을 따라갔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무엇보다 기본적인 우리나라사람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만화를 그리는지 의문이었다.

이 학생이 이렇게 된 원인은 몇분 이야기를 한 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우리가 교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교포로서 잘 포용해야 해요"

결국 자신이 상대를 배우기 전에 상대가 나를 위해 움직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인데 내 친척이라면 하루빨리 일본에 돌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이 학생이 한국 문화에 대해 일단 경계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성장한 특수한 정황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한자를 많이 쓰지만 문부성이 정한 교육한자 1,900자가 넘어가면 아무리 쉬운 한자여도 이것은 일본어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인다. 인간의 언어를 자를 대고 재단하는 식이 일본의 교육정책이다.

영어는 이에 비해 'let it be'정신이 더욱 필요한 언어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사용하고 무엇보다 이 언어를 통제하는 통합된 교육기관도 없다.

사람들이 많이 쓰면 어느 사이에 사전에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이 영어표현이다. 즉, 쓰면서 배우는 것이 영어이고 이건 영어가 아니라고 새로운 어휘를 배척하지도 않는다. 그냥 생긴대로 사는 것이 영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도 영어라는 놈에 생긴대로 사고를 맞춰 편하게 이야기하는 습관부터 키우자.

※ 이서규 통신원은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서규 통신원 wangsobang@cbs.co.kr 특파원보다 빠른 뉴스 글로벌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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