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검은 대륙]<1>나이지리아 - 불꽃튀는 심해유전 개발 경쟁

2006. 11. 5. 18: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0억 배럴 바다 밑 황금을 잡아라"

무장강도 판치는 치안부재 상황에도 전세계 업계관계자들로 호텔은 만원

한국 "발전소 지어준다" 조건 광구 따내

"공항도착을 낮 시간으로 바꿔라." "택시도 타지 마라." "경찰도 믿을 수 없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주재원들이 기자가 현지로 출발하기 전에 이메일과 국제전화를 통해 이같이 신신당부했다. 현지 주재원들의 '살벌한 조언'에 취재 일정이 힘들 것임은 각오했지만, 기자가 목격한 서아프리카 최대 도시(인구 1,300만명)인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치안 상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나빴다.

지난달 20일 중동의 두바이에서 7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라고스의 무탈라 모하메드 국제공항. 이 곳은 섭씨 30도를 넘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습기도 높아 사우나처럼 후텁지근했다. 라고스 시내로 접어들자 현대식 건물과 세련된 옷차림의 남녀들 속에 난민촌 같은 빈곤과 무질서가 뒤엉켜 묘한 부조화를 연출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대 산유국이면서도, 전체 인구(1억6,000여만명)의 70%가 하루 1달러로 연명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듯 '벤츠 600' 등 최고급 승용차부터,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찌그러진 차량들이 신호등도 없는 4차선, 혹은 2차선 도로에서 곡예를 하듯 난폭하게 질주했다.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교통이든 치안이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도심의 은행 지점들도 화력과 기동력에서 경찰을 능가하는 무장 강도들에 의해 털리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공사 라고스 사무소의 노상금 팀장은 "밤에는 물론 낮에도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없다"며 "이 곳에 온지 4개월이 됐지만 개인적 외출은 꿈도 못꾸고 있다"고 말했다.

라고스의 니제르 부두에서 해상 설치용 가스플랫폼 건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유근완 차장은 "6월 대우건설 직원들이 납치됐다 풀려난 포트 하코트를 비롯, 와리 등 유전지대로 가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며 "심지어 15m 떨어진 옆 건물로 가려해도 무장 경관과 함께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할 정도"라고 치안부재 상황을 지적했다.

이 같은 거리의 살풍경과는 달리 라고스 중심가의 호텔은 전혀 딴판이었다. 국제공항 인근의 쉐라톤 호텔과 함께 이 도시에 단 두개뿐인 최고급(4성급) 숙소인 에코 호텔.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룸 있나요?" 물어보니 "한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 호텔은 1970년대 지어진 낡은 호텔로 방마다 곰팡이냄새가 짙게 풍기고 하루 방값은 최소 300 달러에 달하지만, 그나마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라고스의 호텔 방값이 턱없이 비싼 것은 최근 나이지리아의 심해 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전세계 석유업계 관계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인 배세이 에피옹 양은 "과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연초에만 방이 꽉 찼으나 2, 3년 전부터는 연중 내내 고객들이 밀려들고 있다"며 "특히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인과 인도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근 대표적인 유전지대인 니제르강 델타지역의 육상 및 인근 해상의 개발여지가 줄어들자, 추정 매장량 50억 배럴이 넘는 기네만의 심해유전으로 탐사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통상 수심 1,000~2,000m의 바다 밑에 시추공을 박는 심해 유전개발은 육상탐사 보다 비용이 3~4배 이상 더 들어 고유가 추세로 접어들기 전에는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로 치솟자 마지막 남은 황금유전으로 각광 받으면서 탐사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심해 유전탐사를 통해 현재 하루 생산량 250만 배럴을 2010년까지 450만 배럴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뒤늦게 진출한 한국은 지난해 심해 유전광구 2곳에 대한 탐사권을 따냈다. 이들 광구의 탐사권 수주경쟁에는 전세계 오일 메이저를 포함해 350개 회사가 참여했다. 한국은 현지에 발전소를 지어주는, 차별화한 조건을 내걸어 광구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중국도 플랜트와 석유광구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올 5월에 4개의 광구(1곳은 해상, 나머지는 육상)를, 인도도 심해 광구 2곳을 각각 손에 넣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국제 오일메이저들도 현지 유전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엑슨 모빌의 나이지리아 자회사는 다른 오일메이저 및 투자기관과 공동으로 총 600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해 심해 유전개발에 추가 투입키로 했다.

나이지리아 석유성의 토니 추쿠에케 국장은 "나이지리아는 앞으로 단순한 원유수출에서 벗어나 원유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과 비료 등도 생산, 수출하는 국가가 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오일 메이저든, 아시아 기업이든 핵심 산업시설을 건설해 주는 쪽에 석유광구 탐사권을 넘겨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라고스(나이지리아)=박진용기자 hub@hk.co.kr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아이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