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뭐가 지나갔냐?" ''깜찍이'' 아저씨 노준

2006. 10.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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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이 깜찍이 깜찍이… 어, 뭐가 지나갔냐?"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8년 전 달팽이를 내세워 만든 한 음료수 광고.

거북이가 너무 빨라 보지 못했다는 달팽이들의 아우성으로 시작하는 이 클레이(점토) 애니메이션 광고는 깜찍한 달팽이 인형과 익살스러운 대화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한동안 여러 설문조사에서 캐릭터 인기순위를 휩쓸었던 이 '깜찍이'를 만든 사람이 조각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절, 노준(37)씨 손을 거쳐간 광고만도 10여편에 달한다.

조각가 노씨는 사람들이 '조각가' 하면 으레 떠올리는, 난해하고 심오한 덩어리를 만지는 작가와는 좀 거리가 있다.

가로 47㎝, 높이 43㎝의 대형 깜찍이가 전시돼있는 공간을 상상해보라. 해설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예술작품만을 접해온 사람들에게 노씨의 '솔직한' 작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제 첫 전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전시였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관객이 제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두 번째 전시회에서 재미있는 캐릭터를 살려서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반응이 좋든 싫든 즉각적이었어요."

지난 4월 열린 그의 두 번째 개인전 'Mother & Sun'(어머니와 아들, 위 사진)에서 전시된 모든 작품은 두 개가 한 세트로 되어있다.

하나는 원래 만들려고 의도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틀을 이어붙여 재탄생시킨 것, 즉 어머니이다.

18일 서울대 조소과 작업실에서 만난 조각가 노준씨.

매끈한 결과물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예술가의 당연한 심리. 노씨는 속을 내보여주듯이 부끄러울지언정 그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머니 없이는 아들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작업이 마냥 좋았다는 노씨는 조각가이기 이전에 탁월한 '만들기꾼'(?)이다. 현재도 각종 TV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점토로 만들기를 가르쳐주는 국내 최초의 '만들기 선생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책무가 부담스러워 대학 정교수 자리는 거절했다. 같은 일을 하는 주위 사람들은 "네가 연예인이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노씨는 편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그저 즐겁기만 하다.

노씨는 다음달 경기 파주 헤이리에 있는 금산갤러리를 시작으로 12월 서울 신사동 SP갤러리 등에서 내년까지 꽉 짜여진 전시 계획에 들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진짜 조각가죠. 제가 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마음속으로 보고 싶어하던 것을 제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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