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화폐 추정 금화 뒷면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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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 화폐로 추정되는 금화 5점(본지 4일자 1면 보도)을 발견한 대진대 서병국 교수(발해사)는 오는 13일 '발해통보'를 공식 공개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금화가 후속 검증 절차를 거쳐 발해 유물로 확인될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 교수는 "발해 화폐를 13일 언론과 학계에 공개해 검증 절차를 밟겠다"며 "발해사 연구에 화두를 던지는 심정으로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화가 진품으로 인정될 경우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왜곡 위기에 처한 발해사 연구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된다. 특히 화폐 뒷면은 8세기 초반의 영토 범위로 추정되는 그림 형상이어서 발해의 국력과 당·왜 교역뿐 아니라 지리학을 포함한 고대 과학 수준을 재평가할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발해의 지도?
=금화 5점은 뒷면 글자가 저마다 다르다. 상전(上田) 동전(東田) 남전(南田) 중전(中田) 서전(西田) 등으로 구분되는 것. 여기에 제각기 다른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들 5개의 그림을 합쳐 보면 발해 영토로 추정되는 형상이 만들어져 관심을 더한다. 이를 발해 지도로 추정할 경우 8세기 초반 영토는 북으론 만주 북단, 남으론 한반도 강릉, 서쪽으론 요동반도, 동쪽으론 연해주 권역까지 이르렀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문제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나오기 1100여년 전인 8세기 초반에 그 같은 지리적 인식이 가능했겠냐는 점이다. 고대사 전문가들에게 흥미로운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전쟁을 통해 국가를 세우는 과정에서 지형 인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청"이라고 전제하며 "지도가 권력과 지식의 결합이란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윤명철 교수(고구려사·해양사)는 "고대인들도 방위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산해경이나 당서에 이미 거리 개념이 이용돼 어떤 식으로든 측정하고 기록했다"며 지도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사실 8세기 이전의 지리학에 대한 물증은 옛 사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발해의 대조영 통치 시기보다 70여년 앞선 고구려 영류왕 때 당 태종 즉위 축하사절단이 '봉역도'를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봉역은 경계를 뜻해 당과 고구려의 국경이 표시된 지도가 7세기에도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발해통보 5점의 뒷면에 그려진 그림을 합쳐 서병국 교수가 재구성한 8세기 초반의 발해 영역도. 만주 북단부터 한반도 강릉까지 아우르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
◆田의 의미
=화폐에 새겨진 田자는 발해 건국 세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돼 또다른 관심이다.
서 교수는 "田자는 농경지뿐만 아니라 사냥의 의미로도 쓰였다"며 "화폐에 田자가 쓰였다는 것은 농경 위주의 고구려인과 수렵 위주의 말갈계가 융합해 발해를 건국했다는 것을 실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5개의 田은 발해의 5경제도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화폐의 출처
=금화의 진위를 가를 변수는 역시 출처다. 서 교수는 이와 관련해 "6개월 전 국내 한 소장가로부터 건네받아 그동안 검증 작업을 해 왔다"고 밝혔다. 소장자는 이북 피란민 출신인 원소장자로부터 구입했고, 이 원소장자는 부친으로부터 발해 수도였던 상경성(중국 흑룡강성 영안시 발해진)에서 1930년대 출토된 화폐를 물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상세한 출처·소장 경위는 13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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