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우리 조상은 이란 지역 종교 엘리트였다"

2006. 8. 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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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기원에 대해 우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 신화를 인용한다. 사람이 되고 싶어한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로 환생하여 환웅과 결혼해 단군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흥미로운 신화였다. 그렇다면 환웅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한국 고대사와 고대 종교문화를 연구하는 정형진씨는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한민족의 혈맥을 찾아서'를 통해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환웅족이 이주세력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알타이산과 바이칼호 지역에서 환웅족이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반면 저자는 환웅이 수행한 직능 중 농사가 우선이라는 점 등에서 볼 때 환웅족은 보다 선진 농업 기술을 가진 곳에서 이주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지적한 곳은 바로 황하 유역인 중원이다.

한편 중국 전설 시대의 오제가 중원을 차지할 때 거치적거리던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요임금 말기에 유주로 추방됐으며, 중국 문헌에는 이들이 '공공족'이라고 기록돼 있다. 신라의 고승 자장이 신라 김씨 왕족이 누구인가를 설명하면서 김씨 왕족 이전의 사람들을 '동이공공(東夷共工)'이라고 규정한 바로 그 공공족이다. 단군신화에 보이는 요임금 50년의 비밀은 이러한 점에서 풀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환웅족, 즉 공공족은 중원에서 밀려온 민족의 기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추정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과학적 분석도 한몫 한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가 한국인 유전자를 분석해 기원을 추정한 결과 우리 조상의 주류는 기마민족이 아니라 농경민족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한 것.

저자가 밝히는 기원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는 고깔모자와 편두(평평한 머리) 등 서남아시아에서 한국까지 이어지는 공통적인 현상을 근거로 공공족이 이란 서남부 평원에 있는 수시아나에서 넘어왔다고 설명한다. 고깔모자가 최초로 나타난 곳은 수시아나로, 이후 고깔모자는 이집트 왕의 왕관은 물론 프리기아인들이 쓰던 모자로도 사용됐다. 수시아나의 종교 엘리트들은 엘람인들을 피해 중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저자는 이들이 바로 환웅족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민이 단일민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일반인의 상식을 뒤흔드는 부분은 익숙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신화와 매장 문화, 의학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이 연구는 상당히 오밀조밀해 상고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힌 것만은 분명하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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