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만 하면 초등학생 방학숙제 ''뚝딱?''

2006. 8. 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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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다니는 학생인데요, 독후감 쓰는 방학숙제를 도저히 못 쓰겠어요. 좀 해주시면 안 돼요?"(D사이트 게시판)

"방학숙제가 영어편지나 일기쓰기인데, 이 내용 좀 영어로 써주세요. 제발요."(N사이트 게시판)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숙제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에서 여러 자료를 찾아 '티 안나게' 이어 붙이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 됐고, 다른 학생이 쓴 독후감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포털 사이트나 카페에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하기까지 하고 있다.

숙제를 대행해주거나 자기가 한 숙제를 사이트에 올려 다른 사람이 다운받을 수 있게 하면 돈을 주는 사이트까지 생겨나면서 '숙제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16일 초등학생들에 따르면 한 포털사이트에 '방학숙제 도우미' 코너가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이트는 혼자 하기 어려운 방학숙제를 도와주기 위한 취지로 개설됐지만, 숙제 베끼기·대행 사이트로 전락했다. "독후감 좀 대신 써달라"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는가 하면 박물관 등을 직접 가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체험보고서나 동시 짓기 같은 창작 숙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학교 추천도서 목록 가운데 독후감 있으신 분 올려주세요. 이번 방학숙제로 제출할 겁니다"라고 글을 올리자 오래지 않아 제시한 목록 가운데 하나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한 장문의 독후감이 답글로 달렸다. 심지어 "학년에 비해 생각하는 게 좀 어른스러우니 감안해 올려달라"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A초등학교 김모(12·5년)양은 "방학에도 학원 가느라 시간도 없고 혼자 하기 어려운 숙제도 있어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한다"면서 "친구들도 보통 이런 식으로 방학숙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돈을 받고 숙제를 대행해주는 일부 사이트들은 각종 방학숙제 상품을 개발해 어린 초등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방학숙제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E'대행카페는 독후감 등 글은 A4 용지 장당 1만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들기는 5만∼6만원을 받고 숙제를 대신 해주고 있다.

다른 학생의 숙제를 다운받을 수 있는 유료 사이트는 자신이 쓴 독후감 등 자료를 올리는 학생에게 돈을 주는 얄팍한 상술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건당 500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포인트가 많이 쌓이면 현금으로 입금해주기 때문에 용돈이 필요한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본인의 숙제를 올리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초등학생들의 '숙제 베끼기'에 대해 교사들은 혀를 내두른다. 초등학생들이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죄의식이나 거리낌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B초등학교 박모(27) 교사는 "숙제검사를 하다보면 같은 반 친구들끼리도 표현이나 자기생각이 똑같은 경우가 허다해 깜짝 놀라곤 한다"면서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라 자녀의 숙제지도를 못해주다 보니 베끼기가 잘못이란 것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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