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 '노무현 알레르기'와 '포털 뉴스 규제'
<아이뉴스24>
한국 사회에는 '노무현 알레르기'가 있다. 노 대통령이 무슨 말만하면 사단이 일어난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해서 실언을 하지 말란 법도 없고, 대통령의 정책이 모두 옳다고 볼 수만도 없다. 그런데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한국 사회의 '노무현 알레르기'는 좀 심하다. 대통령이 '만화(萬禍)의 근원'처럼 인식될 정도이다.
최근의 '포털 뉴스 규제' 논란도 대통령이 화근이었다.
지난 6월12일 대통령이 국내 8대 포털의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자, 야당 의원들이 '이 때다' 싶어, "포털 뉴스도 규제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포털에 의해 시장을 잠식당한 기성언론도 죽이 맞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대통령과 포털이 야당과 기성언론의 '공동의 적'으로 묶이는 순간이다. 한 신문의 논설위원은 컬럼을 통해 "(포털은)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는 통신사업자로서의 한계 때문에 친(親)정부적 속성을 근원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데다 유사 언론행위까지 하니 마땅히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의 논리는 포털이 이미 미디어로서 기성언론 못지 않은, 혹은 기성언론을 능가하는 사회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니, 언론으로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으로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문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승희 의원실은 "포털을 인터넷 언론사로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신문법)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도 신문법상 언론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포털을 신문법상 언론으로 만들면 규제가 되는가. 이 질문은 당연히 신문법이 실효성 있게 신문 등 기존 언론을 상당히 규제하고 있는가, 란 물음으로 이어진다. 왜 이런 물음이 나오느냐 하면, '국민의 정부' 이후 법적으로 신문을 규제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신문법은 자유언론 창달에 기여할지언정 신문을 규제하는 요소는 많지 않다. 법이 언론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혜택을 줄망정 언론행위에 간여하는 일은 적다는 뜻이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미디어 담당자는 이와 관련 "몇 가지 권고적인 사항은 있지만, 직접적인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방송의 경우 내용물에 대해 사후 제재라도 있지만 신문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포털을 신문법상 언론으로 규정하면 신문법상의 혜택이 주어질 뿐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포털을 꼼짝 못하게 해야하긴 하는데, 서두르다보니 '전략적 악수'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간파한 한 신문의 논설위원은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는 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사 언론행위의 주체를 언론으로 편입하면 결국 비슷(사· 似)하지만(이·而) 실제로는 아닌(비·非), 기형적 언론 양산의 물꼬를 터주는 잘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털을 잡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신문으로서의 법적 지위, 혹은 권한은 주지 않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규제만 가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니 참 난감하다. 그래서 어느 신문의 보도처럼 포털의 초기화면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20% 정도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늘리게 한다거나, 포털에서는 기사 제목만 보고 본문은 뉴스를 공급한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하는 '구글 방식'을 도입하게 한다는 이상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이런 조치들은 사업자 스스로의 판단 사안이거나, 포털과 언론사 양자 사이의 계약 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까지 법으로 명문화한다는 것은 자유주의 논리라기 보다는 전제주의 시대의 논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여튼 기성언론과 야당으로서는 마땅한 공격의 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포털의 사회적 책임마저 경시되어서는 안된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새로운 미디어로서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로 인한 책임 또한 상당하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 책임을 합리적으로 물게 할 것인가다.
현재 포털을 공격하는 측이 포털 뉴스 규제의 불가피성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정치적) 편향성 ▲선정성 ▲오보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의 피해 ▲독점으로 인한 위험성 등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포털 공격론자'들의 주장처럼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2가지 정도로 보인다. 언론피해보상문제와 독점 부분이다. 그밖에 정치적 편향성과 선정성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가 매우 애매한 경우다.
포털 공격론자들은 포털이 원천 뉴스를 편집해 편향되거나 선정적인 뉴스를 내보낸다고 공격하지만 사실 이는 포털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는 기성 언론의 오래된 자기 문제일 뿐이다. 편향되거나 선정적인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기성 언론 그 자신임을 부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는 마치 일반 기업이 자신의 상품 중에는 불량품이 적지않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만약 특정 언론사가 공급한 원래 뉴스와 포털에 표출된 뉴스가 본래 의도에 맞지 않게 달라졌다면 그것은 개별 언론사가 엄중하게 항의함으로써 충분히 바꿔지는 내용일 터이다.
포털 뉴스에 편향적인 측면과 선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를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이야기는, 포털 뉴스를 실질적으로 생산한 기성 언론에 대해서도 똑같이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기성언론으로서는 이 두 문제를 논하는게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그러나 언론으로 인한 피해 보상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현재 포털은 언론으로부터 뉴스를 구매한 뒤 이를 자기 DB화해 일반 소비자한테 무료로 널리 퍼뜨리고 있다.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자기 서버에 DB로 보유하여 소비자한테 보여준다는 점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물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구글의 경우 뉴스를 자신의 DB에 저장하지 않고 그런 뉴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독자가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 가서 보게 하기 때문에 책임 문제가 국내 포털과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포털의 경우 자기 DB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책임 소지가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서는 세밀한 법률 검토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독점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법에도 일반 상품의 독과점은 물론 여론독과점 또한 그로 인한 피해 우려가 명백하기 때문에 각종 규제를 하고 있다. 포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독과점으로 규제를 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명백한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 미디어 담당자는 "현재 포털 뉴스를 독과점 상태라고 볼 수는 없는 상태"라며 "인터넷 포털 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사안"이라고 설명하였다.
포털의 성장 추세는 인정하지만 아직 독점으로까지 볼 수는 없고 시장이 급변하기 때문에 성장 추세 또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진단인 것.
결국 최근 포털 뉴스 규제 논란은 기성언론의 피해의식과 정치권의 '노무현 알레르기'가 합쳐져 뻥튀기 된 감이 적지 않다. 규제 논의 의도에 사심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窓)이다. 새로운 미디어인 포털 또한 그렇다. 창을 색깔 있는 물건으로(사심)로 닦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미디어 환경의 총체적 변화를 직시하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문제가 풀린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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