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70성상의 나날들, 날짜까지 연표화

퇴계학연구원 정석태 박사 '퇴계연표' 완성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인물 탐구에서 정확한 연표 작성은 필요조건이다. 흔히 이런 연표를 다른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기초' 정도라고 넘겨버리기 십상이지만, 연표 작성 그 자체가 하나의 학문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웃나라 중국이 대표적이다. 당송팔대가의 최고봉을 형성하는 소식(蘇軾)의 경우, 중국 학계에서 내놓은 그의 연표는 그 분량이 소식의 문집 전체에 맞먹을 정도다.
연표를 완성하면 해당 인물 연구는 절반이 이뤄진 셈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연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정 왕조의 흥망성쇠를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체제를 '편년체'(編年體)라 하듯, 특정 인물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행적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연표(年表) 혹은 연보(年譜) 또한 편년체의 일종이다.
하지만 우리 학계에서는 이런 인물 연표 작성 작업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고되기만 할 뿐, 알아주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퇴계학 연구에 매진하는 정석태(鄭錫胎.47)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최근 완성한 '퇴계선생연표월일조록'(退溪先生年表)은 드넓은 평야 한가운데 우뚝 선 태산(泰山)에 비길 만하다.
정 박사는 퇴계학연구원(원장 이우성)이 발주한 이 사업을 통해 퇴계 이황(1501-1570)의 출생에서 타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70성상 일거수일투족을 이 잡듯이 뒤졌다.
이번 작업 성과물을 단순히 '퇴계선생연표'라 하지 않고, '월일조록'(月日條錄)이라 한 까닭은 월별은 물론 날짜까지 퇴계의 행적을 밝히고자 했기 때문이다. 연표가 총 4책에 2천600여쪽 분량, 200자 원고지 기준 1만5천장에 이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 박사는 어떻게 이런 행적을 검출했을까?
퇴계의 저작이나 일기, 서간문과 같은 퇴계의 직접 자료 외에 그와 교류한 다른 사람들의 글, 나아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간접 자료들을 샅샅이 훑는 방식을 썼다. 물론 날짜가 밝혀져 있지 않은 문건도 많으나, 또 상당수는 월일까지 드러난다. 이렇게 해서 출생 이후 70세 타계에 이르기까지 퇴계 생애의 생생한 족적이 시간순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표는 연(年)ㆍ월(月)별로 편(篇)과 장(章)을 나누었다. 즉, 편(篇)을 통해 출생 이후 70세까지 전 생애를 한 해 단위로 나누니 모두 70편이 완성됐다. 그 결과 퇴계 행적이 공란으로 빈 해는 3세ㆍ4세ㆍ5세ㆍ10세의 모두 네 해로 밝혀졌다.
이렇게 완성된 각 편은 1개월, 2개월, 계절 단위의 장(章)으로 분리했다. 이 중에서도 날짜까지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일자를 밝혀 놓았다. 이번 연표에서 가장 특징적인 대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퇴계가 남긴 거의 모든 글은 그것이 작성된 해당 연월일에 원전으로 분산 배치됐다.
따라서 이번 연표는 퇴계 이황의 행적에 대한 편년체 연표인 동시에 그가 남긴 '글의 연표'도 겸하게 된 셈이다.
한편 퇴계학연구원이 1989년 이후 연차적으로 추진하는 '국역퇴계전서'(國譯退溪全書) 사업은 최근 제28책을 발간한 데 이어 올해 안으로 발간 예정인 제29책으로써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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