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반친구 폭행했지?" 실명·사진 무차별공개 논란

2006. 6. 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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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안 지킨다'는 이유로 여중생이 같은 반 친구를 미용기구인 일명 '고데기'로 폭행한 사건의 파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네티즌들이 일부 학생들의 이름을 '가해자 명단'이라면서 무차별적으로 유포해 이번 사건이 사이버 인권침해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2일 같은 반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온(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청주 모 여중 김모(15)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은 지난 4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거짓말을 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친구인 정모(14)양의 팔을 고데기로 지지고, 머리핀으로 가슴을 긁어 상처를 입힌 혐의다.

또 야구방망이 등 둔기와 발, 주먹을 이용해 정양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양은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착수되자 자신의 이름을 대지 말라고 협박, 정양이 동급생 3명을 가해 학생으로 지목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정양이 지목한 학생들을 조사했지만 이들의 폭력 행사에 대한 뚜렷한 증거나 자백이 나오지 않자 정양을 다시 추궁, 실제 가해학생이 김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수사 초기 정양이 지목한 동급생들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의 파문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가해자 명단'이라며 S양 등 학생 6명의 사진과 실명, 전화번호, 주소 등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바람에 졸지에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몰린 여중생들이 악성댓글, 협박전화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신변위협 때문에 부모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한 학생의 학부모는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집으로 욕설 전화가 걸려와 전화를 없앴다. 인터넷에 사진과 집주소, 전화번호가 떴다. 그렇게 한 그 사람한테 사과를 받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일부 네티즌들에게 극단적인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양에게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김양 외에는 없는지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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