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인순이 선배는 내가 바라는 미래상"
[뉴스엔 글 유숙 기자/사진 설희석 기자]
"죽을 때까지 음악에 욕심을 부리면서 빠져 살고 싶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아픈 이별 노래들로 사랑 받아 온 가수 거미가 그 간의 히트곡을 모아 전자음을 배제한 언플러그드 앨범으로 돌아왔다.
세계적 재즈 밴드 포플레이(Fourplay)의 베이시스트 나단 이스트가 거미와 공동 프로듀싱을 맡고 베테랑 뮤지션들이 세션을 담당해 완성도를 높인 거미의 'Unplugged'는 국내 최초의 언플러그드 앨범이다.
거미는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것을 '감동'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앨범 녹음시 가수가 직접 세션을 만나 대화하고 상의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거미는 "연주를 직접 들으니 정말 음악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어떠한 부담감이나 의무감도 없이 그저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인데도 참 겸손하기도 하고...,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고 작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작업을 시작한 첫 날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안 났다고 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그들과 정이 들면서 둘째, 셋째 날은 헤어지는 것이 걱정돼 울컥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거미는 "'아니'를 녹음할 때 특별한 주문 없이 느낌대로 해 달라고 했어요. 연주를 듣고 있는데 가스펠 같은 느낌이 드는게 너무 좋더라구요. 그 분들이 심취해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죠. 또 제가 그 분들과 이렇게 함께 작업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너무 감동적으로 느껴지고 만감이 교차하면서 참고 있던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라고 말했다.
거미는 언플러그드 앨범이자 베스트 앨범 혹은 리메이크 앨범인 이번 음반에 대해 대중들이 가장 많이 좋아했던 곡들로 선곡했다고 밝혔다. 앨범 내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아까운 곡들도 많지만 그런 곡들로 앨범이 채워지면 듣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새로운 앨범으로 들릴 것 같았다고 한다.
나단 이스트는 그녀에 대해 "거미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목소리와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븐의 일본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던 그녀에게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 물었다.
"국내에서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아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았다"는 그녀는 "막상 일본 관객들을 보니 우리 음악도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보다 음반 시장이 커서 재미있을 것 같다"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주로 음악 프로그램에만 출연해 온 거미는 오락 프로그램은 자신이 없지만 토크 형식의 프로그램에는 나가보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일반 시청자들은 노래하는 모습의 거미만 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 노래를 받아들이는 폭이 제한되는 듯 느껴진다는 것.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노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했다.
거미는 선배 가수 인순이에 대해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상"이라며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그녀도 쏟아져 나오는 실력 있는 후배들을 보면 앨범을 낼 때마다 솔직히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부터 R&B를 접한 후배들은 분명 그 느낌을 더 잘 알거라는 것.
그녀는 "부담도 되지만 내 음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울 후배들을 생각하면 책임감도 든다"며 든든한 선배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관객들이 자신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다는 거미는 콘서트를 하면 시작 전 긴장됐던 마음이 무대를 통해 풀려간다고 말한다.
"저만 보러 온 사람들이니까 자신감이 생겨요. 무엇을 보여줘도, 심지어 실수를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테니까 편안하죠. 그래서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오는 것 같아요."
오는 6월 계획된 그녀의 콘서트는 소극장이 아닌 1,000석 이상 되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그녀는 소극장과 큰 공연장의 장점을 적절히 합친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거미는 마지막까지 뮤지션다운 말을 남겼다. "음악 때문에 부담을 느끼게 되거나 힘들지 않았으면 한다. 음악을 하려고 태어났기 때문에 즐겁게 노래하며 살고 싶다. 지금처럼 지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음악에 욕심 부리면서 빠져 살고 싶다."
유숙 rere@newsen.com/설희석 apc114@new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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