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국내 첫 공연은 1961년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국내 공연은 우리가 원조."
그동안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뮈엘 베케트가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1969년 산울림 극단 대표 임영웅 연출가에 의해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된 것으로 기록돼왔다.
그러나 코미디언 조철남(66), 희곡작가 최청(65) 등은 이보다 8년 앞선 61년 소극장 운동을 펼치던 현대극회에 의해 '고도우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처음 공연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올해 사뮈엘 베케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실버극단'을 만들어 '고도우를 기다리며'를 공연할 계획이다. 조철남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국내 초연이 언급될 때마다 69년으로 소개되고 한국 연극사를 다룬 서적 등에도 잘못 나와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도우를 기다리며'는 61년 11월 8~10일 서울 중구 오장동에 자리했던 '모던엑터스 스튜디오 소극장'에서 공연됐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한재수가 연출하고 최청(럭키 역), 조철남(포조 역), 박용(블라디미르 역) 등이 각각 연기했다. 에스트라공 역은 고인이 된 김일부가 맡았다. 번역은 전 이화여대 홍복유 교수. 당시 실험적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재수 연출가는 '고도우를 기다리며'의 배경음악으로 차이코프스키 곡을 골라 테이프를 거꾸로 감아 느린 속도로 재생해 사용했다.
'고도우를 기다리며'는 2시간40분 전막 공연으로 연극평론가 김정옥, 현 한국희곡작가협회 김흥우 이사장, 배우 정진 등이 관람했다. 희곡작가협회 김이사장은 "그때는 리얼리즘 연극이 주를 이뤘는데 실험적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배우로 출연한 최청은 "당시 우리 사회가 전후의 고통에 찌든 때여서 암울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기다린 '고도우를 기다리며'가 의미있게 받아들여져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조철남은 "첫 공연을 마치고 배우들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과 공연 중 사진을 갖고 있다"며 낡은 흑백사진 3장을 꺼내보였다. 그는 "배우가 직접 무대 세트를 만들고 티켓도 팔러 다녔다"고 말했다. '실버극단'은 오는 가을 초연 멤버들을 주축으로 '고도우를 기다리며'를 45년 만에 재공연 할 예정이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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