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복 "신비주의무술은 허구 "(上)

대한택견협회 이용복 상임 부회장(사진·59). 89년 펴낸'택견''을 통해 무술의 신비주의와 전통무술의 허상을 폭로했던 그에게서 무술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비주의의 발흥과 맨손 무술의 기원, 택견의 현대적 의미 등 인터뷰 내용을 상·하로 나누어 연재한다.<편집자 주>
일반적으로 고수라고 하면 하늘을 날아다니고, 번개 같은 발차기 능력을 지녔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의 번쩍임에 상대가 나가 떨어지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쇠 같은 주먹. 그러나 대한택견협회 이용복 회장은 이 모두를 무술에 대한 신비주의라고 못박는다. 인체의 뼈를 비롯한 모든 세포는 기본적으로 금속과 같아질 수 없다.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에. TV에서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차력 장면 또한 비결은 파워가 아닌 요령이다."저 같은 경우 벽돌 한 장도 제대로 깨기 어렵습니다. 즉, 빨간 벽돌 한 장을 들고 손날로 치면 절대 깨지지 않지만, 두 장은 쉽게 깰 수 있습니다. 왜냐, 가격에 의해 벽돌끼리 충격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기왓장 격파 중 태반은 위에서 누르는 무게에 의해 깨지는데 이것은 수련자가 추구하는 순수한 파괴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수박 격파요? 잘 익은 수박은 손만 갖다 대도 그냥 갈라지게 마련입니다."
인간은 신체 조건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객관적 상황을 대입하면 답은 자동으로 산출되기 마련. 예를 들어 KS규격 빨간 벽돌은 무게 300kg을 견뎌야 출고되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는 깰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태권도 격파 시범자들이 사용하는 벽돌은 160kg 하중에 깨지도록 특별제작 된다. 유명 태권도 격파왕의 한계치가 벽돌 2장이니 합계 320kg, 벽돌 한 장만 제대로 깨도 격파왕이 되는 것이다."인간의 신체는 아무리 수련한다고 해도 쇠와 같이 될 수 없습니다. 일격필살이요? 절대로 쉽지 않죠. 젊었을 시절 상대의 인중을 정확히 가격했는데도 오히려 이만 부러진 채 대들더라고요. 만약 그 정도로 수련했다 쳐도, 오히려 도중에 자신이 다치기 십상입니다. 무엇보다 주먹 단련을 위해 십 수년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가까이에 있는 망치나 칼을 들면 그만입니다."
그 또한 한 때 주먹을 단련한다 해서 나무 등을 내려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주먹은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남는 것은 상처뿐. "실전의 상대는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그런 상대를 나무를 칠 때와 똑같은 주먹으로 치다니요. 오히려 아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무를 칠 때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근육은 경직되어 펀치만 엉성해집니다. 헬스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죠."
산 속 수련 중 신비주의의 고리 끊어
11살 때부터 태권도를 수련한 이용복 부회장.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부산태권도협회 전무를 역임할 정도로 그의 무술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오직 '일격필살', 수련을 거듭하면 중국 무술 영화에 등장하는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 또한 청춘을 바쳤다. "하늘을 붕붕 떠다니는 고수가 있다고 해서 전국의 유명 산사를 다 찾아 다녀 봤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도인들이 많다는 계룡산과 울릉도 선인봉, 제주도까지 안 가 본 데가 없었죠."
실망을 거듭하던 어느 날 청년 시절 멜버른 올림픽 복싱 대표로 출전했다가 1회전에서 탈락, 불교에 귀의했다고 하는 불교계 최강 고수를 만나기 위해 영주 부석사를 찾았다. 3년씩 걸리는 천일기도를 반복하고, 불경 외우기와 특유의 단전호흡으로 다져진 고수였지만 그의 가르침은 오직 이 한 마디 "태권도를 하는 사람이 태권도를 해야지, 왜 산 속에 와 있는 것이냐." 곁에만 있어도 공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계속해서 주변을 지켰지만 더 이상의 가르침은 없었다. 자꾸만 반복되는 스님의 말씀. 문득 자신의 주변이 낯설게 느껴진 건 그 때였다. 무술을 하는 사람이 왜 산 속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그로부터 '신비주의'와는 영영 결별을 고했다.
택견과의 만남
이용복 부회장이 89년에 펴낸 '택견'은 무술에 대한 철학적이고 역사적 접근을 시도한 명저로 꼽히고 있다. 본문 내용 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은 태권도와 택견은 별개의 무술이라는 것. 그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의 가라데가 한국적 변형을 이뤄 새롭게 정립된 것이 바로 태권도라고 주장한다. "80년대 초반 태권도 협회의 내분으로 부득이하게 태권도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때 태권도 교본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태권도의 역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살펴보던 중 태권도의 택견 유래설이 허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에 따르면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나온 태권도 교본은 모두 엉터리였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발을 차고, 주먹을 지르라는 식이었고 국기원 교본 또한 엄밀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71년도에 송덕기 옹의 택견 시범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저게 태권도의 원형이구나 하면서도 키득키득 웃을 정도였습니다. 저게 어떻게 싸움을 위한 무술일까?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택견의 동작이야말로 지극히 신체의 순리를 따르는 운동임을 깨닫고 관심을 갖게 됐죠."
송덕기 옹에 이어 충주에 있는 신한승 선생으로부터 택견을 배우기 시작한 건 1984년. 3개월 가량 머물면서 신한승 선생의 모든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었고, 이후 서울대 규장각 등에서 태권도와 택견, 우리 무술 역사에 대해 연구를 거듭, ''택견''의 초안을 완성했다. "평생 운동만 해온 사람이 한문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려운 내용은 복사를 한 다음에 한학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녔습니다. 또 일부 삽화와 사진 촬영, 편집까지도 모두 제가 해냈습니다. 일부에서는 후학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천만에요. 저 혼자 이룩해낸 것입니다."
초안에 택견의 철학과 사상이 보태져 책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89년. 태권도와의 결별이 택견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를 계기로 무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열리게 되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팀블로그 http://in.segye.com/b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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