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현대캐피탈 11년만에 정상탈환

2006. 4. 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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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무적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며 11년 만에 국내배구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고 흥국생명은 창단 16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현대캐피탈은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5~2006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3승2패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10연패를 저지하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1995년 한국배구슈퍼리그 우승 후 무려 11년 만의 정상등극. 현대캐피탈은 우승상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

이어 벌어진 여자부 5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3-1로 꺾었다. 71년에 창단된 실업팀 태광산업 배구단을 전신으로 91년 재창단한 흥국생명은 이로써 16년 만에, 전신 태광산업까지 포함하면 무려 36년 만에 통합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현대캐피탈의 정상탈환은 '코트의 카리스마' 김호철 감독(51)이 3년 전에 한 약속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킨 결과다.

2003년 11월. 삼성화재에 힘 한번 못써보고 매번 고배를 마셨던 현대캐피탈은 '삼성타도'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던 김감독을 전격영입했다.

취임 인터뷰에서 "첫해는 삼성화재에 한번만이라도 이기겠고 두번째 해에는 대등한 경기를 하겠다. 그리고 세번째 해에는 반드시 삼성화재를 꺾겠다"고 말한 김감독은 부임 세번째 시즌인 올해 만년 2인자인 현대캐피탈을 정상으로 이끌며 약속을 지켰다.

마지막 5차전. 블로킹 득점에서 16-3으로 현대캐피탈의 절대 우세. 조직력을 생명으로 여기는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8개)보다 무려 17개가 많은 범실을 저질렀으니 승부는 확연히 갈렸다.

장영기(11점)·후인정(12점)의 시간차 공격, 숀 루니(17점)의 스파이크와 블로킹으로 1세트를 15-10으로 달아난 현대캐피탈은 22-20으로 추격한 삼성화재의 저항을 루니의 '고공타' 2방으로 잠재우며 기선을 제압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2세트. 현대캐피탈은 15-12에서 삼성화재의 '살림꾼' 석진욱이 왼쪽 무릎을 다쳐 아웃된 뒤 루니의 백어택, 윤봉우(4점)의 연속 블로킹으로 19-13까지 질주하며 12점차 완승을 거뒀다.

3세트 들어 단 한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현대캐피탈은 24-21에서 삼성화재 장병철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자 두손을 번쩍 들고 코트를 돌며 정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을 절감한 삼성화재는 익숙지 않은 패배에 어색해하며 라이벌에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삼성화재 응원단도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축하합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어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등극을 인정했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은 "감독 부임 때 약속을 못 지키면 실없는 감독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독을 품고 열심히 했다"며 "성질 더러운 감독을 만나서 단 한번도 반항하지 않고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고 말했다.

김감독과 40년 친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우승횟수와 같은 9번의 헹가래를 받은 뒤 "7년 정도면 적당했는데 삼성화재가 너무 오랫동안 우승을 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우승에 대한 부담없이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있는 팀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출신의 '특급용병' 루니와 여자부 5차전에서 35점을 뽑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흥국생명의 새내기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몰표를 받으면서 챔피언결정전 남녀 MVP에 올랐다.

〈천안|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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