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vs 장하준 지배구조 논란 '라이벌戰'

2006. 3. 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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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래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사진 윗쪽)가 주도하는 '기업지배구조' 펀드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관행을 바로잡고 '장기 가치투자'의 효시를 마련한다는 대한 원대한 꿈을 품은 채 막판 담금질을 하고 있다.

한편 장 교수의 대척점에는 그의 또 다른 '혈육'이 우뚝 서 있다. 그의 사촌동생이자 장하진 여성부 장관의 동생인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사진 아래쪽)다.

두 사람의 간극은 '참여연대'와 '대안연대'라는 두 진보세력의 균열로도 일정부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국적 금융자본이 KT&G 뿐 아니라 POSCO, KT 등 국내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 사람의 간극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한층 가열될 '기업 지배구조'논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함축하는 바가 크다.

◇참여연대 vs 대안연대

장하성 교수가 핵심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IMF당시 '개미의 힘으로 재벌을 개혁한다'는 기치하에 출범, 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지배구조 개선 및 재벌개혁 운동을 전개해왔다. 즉 경제위기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일삼은 재벌의 지배구조체제에 기인하며 이를 개혁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것.

이를 위해 법에 근거한 소수주주권을 활용해 재벌 총수와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소액주주운동을 펼쳐왔다.

반면, 장하준 교수가 주도하는 대안연대는 외자 지배에 의한 '저투자, 고배당론'을 앞세운다. 현재의 저성장은 외자 지배율이 높아지면서 투자를 기피하고 배당만을 좇는 등 단기 시세차익만 쫓는 분위기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금의 경제개혁이 재벌지배구조와 관치 폐해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 하에 경제주권이 제약되고, 금융이 종속되고, 산업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앵글로색슨식 주주자본주의 모델' vs '유럽대륙식 이해관계자본주의 모델'

장하성 교수의 '기업지배구조펀드' 시도는 영미 주주자본주의식 '주식시장 참여형 소액주주 운동'으로도 불린다. 이는 주주의 권익을 가장 중시하는 소액주주 운동이 영국과 미국에서 깊게 뿌리내려왔기 때문.

그러나 실제 장 교수는 주주 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강화가 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액주주운동을 단순히 시민운동 차원이 아닌 기업과 함께 사회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책임투자로 발전시킨다는 것. 2000억원 규모의 기업지배구조펀드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그의 저서명인 '사다리 걷어차기'로 요약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이라는 '사다리'를 통해 성장한 뒤, 후진 국가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며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고 있다는 것.

제조업으로 성장한 뒤 금융업으로 전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영미의 발전모델을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모방할 시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대신 스웨덴과 핀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일궈낸 '공동체주의'성격이 짙은 '사회적 협약'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시장, 자원배분의 원천 vs M&A무대

장하성 교수는 주식시장이야말로 자원을 원천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식시장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체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에 주목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반면 장하준 교수는 국내 주식시장이 오히려 기업의 자금을 수탈하거나 M&A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의 지나친 개방과 주주 자본주의 때문에 배당은 늘지만 투자가 줄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이 신자본주의의 본질이며, 미국의 증시자금 1∼2%면 한국 증시를 장악할 수 있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고 있다.

◇외국자본의 국적성

장하성 교수는 '세계화'물결 속에서 자본의 '국적성'에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자본의 국적성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국적성에 오히려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야말로 국내기관이건 외국투기자본이건 마찬가지라는 것.

SK의 경우 외국투기자본인 소버린이 8000억원을 거둬갔다고 비판하지만, 자산가치의 25%밖에 평가받지 못하던 SK주가를 7배로 올려놓은 것은 정부도 10년이 넘게 하지 못했던 일이며, 그러는 동안 실제 가장 이익을 본 것은 최태원 회장 일가라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장하준 교수는 자본의 국적성 문제를 논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한다. 소버린 같은 투기자본의 압박은 시장의 압박이라고 여기는 자체가 '시장 근본주의'이며, 기업은 1인 1표가 아니라 1원 1표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강조한다.

외국투기자본은 재벌에 대해서는 핵심역량에 집중하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해 주식가치를 떨어뜨린다며 압력을 넣고, 동시에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복지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므로 복지제도를 해체하든가 정리해고를 하라고 경영자를 위협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분석이다.

◇해법은. 재벌과 기업지배구조개선 VS 사회적 대타협

장하성 교수는 과거를 돌이켜봐도 우리나라는 개방과 세계화의 수혜국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같은 우리나라가 자본시장개방과 같은 세계경제 흐름의 틀을 받아들이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내부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장 교수는 주장한다.

'재벌이 나서야 투자가 되고, 재벌이 투자해야 성장 산업이 된다'는 논리는 개발 시대의 논리이며 현재 세계적 추세에 맞는 국내적인 자정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것. 재벌총수의 소유 지배구조 등 기업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장하준 교수는 선진국의 모델을 좇기 보다는 경영자와 주주, 노동자와 종업원, 정부 등이 함께하는 우리식의 '사회적 대타협'을 맺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발렌베리라는 재벌을 인정해 주는 대신 세금도 많이 걷고 사회적 책임도 부담시켜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재벌이 없는 영국보다 훨씬 더 평등하고 부유한 스웨덴 식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

특히 "재벌을 깨면 노동자들이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보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금융자본"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영래기자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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