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뒷면 주민번호 이서..법규도 없는데 요구 관행화

2006. 1. 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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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윤현경(23)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다가 한 직원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했다.

식사후 10만원권 수표를 내자 레스토랑 직원이 "수표 뒷면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요구한 것.

윤씨는 "직원이 '주민번호를 이서한 수표를 받으라'는 가게주인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해 어쩔 수 없이 이름과 연락처 외에 주민번호까지 적어줬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수표에 배서할 때 주민번호 기재와 관련한 혼선이 여전하다. 수표를 내면서 주민번호까지 적을 경우 명의도용 피해 등이 우려되지만, 은행과 유통·요식업체 등은 부도수표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대부분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혼선이 지속되는 것은 법규상 주민번호 기재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 현행 수표법에는 수표 배서인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은행연합회 규정집도 수표를 사용하는 사람이 본인인 경우 실명만 적도록 돼있다. 결국 주민번호를 꼭 적어야 한다는 조항은 관련 법규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유통·요식업체는 분실이나 도난 수표로 인한 피해를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며 '관행'대로 주민번호를 이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번호 배서에 관한 한 '법 따로 관행 따로'인 셈이다.

진보네트워크참세상 한 관계자는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침해 및 도용사례가 2000년 956건에서 2004년 9153건으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명의도용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수표에 적힌 주민번호는 개인정보 노출의 사각지대인 만큼 불필요한 주민번호 기재를 막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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