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미·강유미 "식상한 개그 NoNo!"

외모를 희화화하거나 남을 비하하지 않고 또 유행어 없이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고고 예술속으로'의 콤비 안영미, 강유미씨(사진 왼쪽부터).

스물 세 살 동갑내기이자 입사동기인 이들은 KBS 개그콘서트의 '고고 예술속으로'를 통해 지루한 일상을 다양한 장르로 변주하면서 장르의 식상함을 꼬집으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이 패러디하는 장르는 드라마, 뮤지컬, 연극, 영화 예고편, 홈쇼핑 광고, TV동화 등에 이어 이젠 TV 뉴스까지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없다.

특히, 이들은 지난주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김밥 줄 사건으로 패러디해 주목을 끌었다. 친구들끼리 소풍에 갔는데 한 친구가 김밥 11줄을 싸왔다고 했지만, 김밥이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해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패러디했다. 요즘 가장 큰 사회 이슈인 만큼,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은 많은 비난과 함께 격려도 받았다.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신선하고 적절한 패러디였다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또 이번에 저희 개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화제를 모은 이 시사 패러디는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논란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호감형인 우리에게 하라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안영미) "'PD수첩'과 뉴스 등을 다시 보며 대본을 짰는데 시작하니까 금방 술술 풀리더라고요." (강유미) 이들은 또 "황우석 교수 한 사람을 흠집 내려한 게 아니라 사건 자체와 두 사람을 함께 패러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그가 풍자하고 비꼬는 데 성역은 없지만 웃음의 소재로 삼기에는 민감한 사건이기도 했다. "뭘 몰라서 겁나지는 않았는데 동생이 제가 연습하는 걸 보더니 하지 말라며 말리더라고요." (강유미) "주위 친척분들이 방송을 보시고 하지 말지 그랬느냐며 많이 걱정하셨어요." (안영미)

또 이들의 개그가 더욱 빛나는 것은 '개콘'에서 막내뻘인 여자 두 사람만으로 '고고 예술속으로'를 1년여간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처음에 여자 둘이서 개그를 한다고 하니까 모두 '되겠니'하는 눈빛이었어요. 여자들만 있으면 약해 보인다고요. 심지어 한 선배는 걱정하시는 마음에 남자를 끼워서 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렇게 어렵사리 생긴 '고고 예술속으로'는 지난해 1월 말에 시작해 '개콘'의 장수 코너가 됐고, 또 다른 여성 콤비 개그인 '문화 살롱'과 함께 여성 개그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개콘' 밖에서는 여성주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남성위주의 포르노를 꼬집은 '안티성폭력 페스티벌'과 '성문화 개선을 위한 페스티벌' 등에 참여해 재기를 보여줬다. 이들은 "여성으로서 공감이 가는 행사이고 참여하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그런 행사가 있으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개그의 트렌드는 유행어를 주입시키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패턴이지만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안영미는 "저희는 반복 패턴이 없기 때문에 항상 새 코너를 하는 기분이에요. 노력과 순수 100% 개그입니다"라며 "저희의 유행어라면 '고고! 고고!'밖에 없는데 그나마 관객들이 그것도 안 따라해줘서 좀 썰렁해요"라며 웃었다. 강유미는 "생각지 못한 것을 꼬집어내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개그를 통해 앞으로도 식상하지 않은 개그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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