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덕천리 유적의 신선로형 토기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신라와 가야가 태동해 발전하기 시작하는 서기 1-3세기 무렵, 지금의 경상도 지역은 소백산맥과 바다가 둘러싼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동시대 다른 지역과는 문화가 뚜렷이 구별되는 고고학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토기 문화를 보면, 한강유역과 호남지방에서는 경질무문토기(硬質無文土器)나 타날문토기(打捺文土器) 같은 '투박한' 토기가 주류를 이루던 서기 3세기 무렵, 소백산맥 동남쪽에서는 장식성이 짙게 발휘된 토기류가 다수 제작되고 있었다.
오리를 형상화한 토기가 있는가 하면, 지금의 가마솥 뚜껑과 모양이 거의 같은 뚜껑 갖춤 항아리형 토기가 있고, 쫑긋한 귀 모양 돌기를 어깨 양쪽에 붙인 양이부호(兩耳附壺)라는 토기도 발견된다.
이 시대 토기류 중에서도 장식성이 특히 돋보이는 것으로는 오리 모양 토기와 함께 '신선로형 토기'가 꼽힌다. 그 모양이 요즘 음식점에서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신선로를 닮았다 해서 이런 명칭을 얻은 듯하다.
이 토기는 아래로 가면서 바깥으로 벌어지는 받침대 위에다가 세숫대야 같은 몸체를 올려 놓음으로써 글자 그대로 화로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
몸체는 다시 바닥 부분을 위로 밀어올린 것처럼 만든 다음, 그 한복판에는 커다란 원형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런 구멍에는 마개가 덮여 있는 게 상례다.
경부고속철도 구간에 편입된 경주 덕천리 유적. 영남문화재연구원이 공사를 앞두고 발굴을 실시한 결과 3-4세기 무렵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곽묘 80여 기에서 이와 같은 신선로형 토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최종규 경남고고학연구소장은 신선로형 토기에 대해 "와질토기(瓦質土器)가 소멸하고 도질토기(陶質土器가 등장하는 3-4세기라는 한정된 시기에만 유행한 와질토기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이 토기는 언제부터 학계에 알려졌으며, 누가 이런 명칭을 붙였을까?
최종규 소장은 "내가 국립경주박물관에 근무하던 70년대도 그런 명칭이 있었던 같으나 확실치는 않다"고 말했다.
60년대 이후 각종 고고학 발굴에 관여해 온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또한 "고 한병삼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나 내 스승인 삼불 김원룡 선생이 쓰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지만 자신은 없다"면서 "신선로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되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 전 소장은 그러면서 "내 기억으로는 70년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해 발굴한 김해 양동리 유적에서 신선로형 토기가 출토되자 이 토기가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창원대박물관이 조사한 울산 중산리 유적, 경주박물관 등이 조사한 경주 황성동과 조양동 유적에서 신선로형 토기는 몇 점이 출토됐다.
발굴이 아닌 경로를 통해 입수된 신선로형 토기도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는 출처가 어딜까?
증언을 종합할 때 현재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바로 그 덕천리 유적이다.
최종규 소장은 "덕천리는 고 한병삼 관장이 일찍이 주목했던 곳"이라면서 한 전 관장이 경주박물관장으로 재임할 때는 덕천리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드물게만 보고되던 신선로형 토기가 경주 덕천리 유적에서는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역시 희귀성에서는 마찬가지였던 오리 모양 토기만 해도 덕천리 유적에서는 한 무덤에서만 3점을 한꺼번에 토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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