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이상의 묘미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2005. 12. 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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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를 볼 때 우리는 `누가 범인일까`하는 부분만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스릴러물이나 추리물의 묘미는 여기저기 뿌려져있는 단서들을 치밀하게 모아 하나하나 맞춰나갈 때 느끼는 지적인 희열과 만족감이다.

22일 방송된 KBS `HDTV문학관-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역시 이런 `범인찾기 놀이`의 범주에 있다. 김경욱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단막극의 재미는 범인의 정체 외에도 그 안에 감춰진 인간 본연의 욕망과 이기심에 초점을 맞춘 극의 전개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범인과 형사의 쌍둥이처럼 빼어 닮은 내면 세계가 흥미로운 설정이다.

장미(김민주)는 사랑하는 남자 송인후(최철호)를 살해한 후 드라마 내내 취조실에서 충격 받은 그의 아내 채은영(김민주) 행세를 하며 수사진을 감쪽같이 속여 넘겼다. 채은영은 몇달 전 장미에 의해 감쪽같이 살해됐고 이어 `장미`의 시체로 둔갑돼 발견됐다. 장미는 치밀하게 모든 복수를 끝마친 후 유유히 미국으로 떠난다.

송인후 살인사건을 맡게 된 경위 고수진 형사. 그녀는 자신의 죄를 대신 덮어쓰고 징계위기에 놓인 강재서 경감 때문에 늘 불안감에 시달렸다. 고수진은 피의자를 무리하게 심문하다 자살하게 만들었고 전도유망한 자신의 앞길이 누가 될까 두려워 강재서 경감을 유혹해 결국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만들었다.

강재서는 송인후 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징계를 면해보고자 한다. 고수진과 강재서의 팽팽한 갈등과 배신이 눈길을 끈 가운데 마지막에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허를 찔렀다. 바로 고수진은 사건초기에 취조실의 여인이 채은영이 아니며 실제 범인 장미란 것을 알고 있었다.

사건초기, 장미와 전혀 닮지 않은 송인후의 아내 채은영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장미는 드라마 내내 자신과 채은영의 외모가 흡사하다고 믿게 해놓고 연극을 해왔다. 고수진은 강재서를 파면시키기 위해 일부러 중요한 사실을 숨겼던 것.

수사진의 중요한 양 축인 고수진과 강재서의 미묘한 알력이 없었다면 결국 장미의 계획 역시 금방 들통날 만한 허점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 미스테리 속 `누가`에 대한 중요성은 별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범인 맞추기가 아니라 인간의 살벌한 욕망과 이기적인 내면풍경을 치밀한 미스테리안에 유기적으로 녹여낸 전개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발산하는 욕망의 향기를 음미하는 데 있다.

한편, 제작진은 분량상 고수진과 강재서의 갈등 부분을 덜어낼 수 밖에 없었지만 `욕망`이라는 공통적인 코드를 가진 고수진은 장미라는 캐릭터의 또 다른 투영대상이라고 밝혔다.

결국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란 질문에 누구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 주변부엔 이기심과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의 본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사진 = KBS 제공) [TV리포트 하수나 기자]snha@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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