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외삼촌 손경식 회장은 '경영 스승'
이재현과 그 일가… 아버지 이맹희씨 투병중, 어머니 손복남씨 경영 관여 안해

지난 11월 29일은 CJ그룹 이재현 회장(46)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날이다. 공동대표이자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됨에 따라 이 회장이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이 회장의 홀로서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그동안 내부 경영에만 전념한 채 CJ 총수로서의 대외활동은 손 회장이 도맡고 있었다.
이 회장은 매년 신입사원 간담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명절 때면 전 부서를 돌며 명절 인사를 나누는 등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대외 활동만큼은 극도로 꺼려왔다. 선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76)이 생존해 있는데다 굳이 노출을 해서 이익될 게 없어 그랬으리라는 것이 재계인사의 분석이다.
이 회장의 홀로서기 본격화 예고
하지만 이제 이재현 회장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질 거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 손 회장이 내년 2월까지 박용성 전임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운 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년 임기의 신임회장에 재추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CJ 회장보다 상의 회장으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남이면서도 야인이 되어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 이맹희 전 회장 때문에 이재현 회장이 외부노출을 꺼린다는 것이 주위의 의견이다. 현재 건강은 좋지 않지만 '범 삼성가(家)'의 실질적인 장자인 이 전 회장은 호방한 성격에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인물이었다는 게 지인들의 평이다. 여성과 스캔들이나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고 본인이 직접 책을 써서 호사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 이맹희 전회장의 호칭은 삼성의 '젊은 부총수' 였다. 당시만 해도 아무도 그가 삼성의 경영 대권주자로 낙점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이 196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한때나마 그가 그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1971년 선친의 눈 밖에 나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을 이끌 '운명'을 타고 났지만 결과적으로 바람처럼 떠도는 '풍운아' 신세가 됐고, 대를 이을 총수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명문고인 경북고 32회 출신인 이 전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김윤환 의원, 정호용·김복동 전 의원 등 TK출신 정치인들과 막역한 사이다. 한때 중국, 몽골 등지에 머물기도 하고 최근엔 건강 등이 좋지 않아 모 병원에 입원 중이란 소문도 있다.
이재현 회장의 모친 손복남 CJ 고문(71)은 이화여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당시만 해도 최고의 신부감이었다. 손 고문은 부친이 경기도 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낸 손영기씨라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손 고문은 현재 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얼마전 갖고 있던 주식 대부분을 아들인 이 회장에게 넘기고 가끔 사회봉사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이재현 회장의 부인 김희재씨(46)는 부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이 회장과 대학시절 미팅을 통해 만나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다.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딸 경후씨(21)와 아들 선호군(16)은 현재 해외 유학 중이다. 이재현 회장의 장모는 '김치박사'로 유명세를 탔던 김만조 박사다. CJ의 김치개발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누나 이미경 CJ 부회장(48)은 부친이 유학 중이던 미국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미키'라고 불린 것을 계기로 지금도 외국에서는 '미키 리'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
누나 이미경, 동생 이재환 경영활동

이 부회장은 서울대 가정교육학과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이때 형성한 미국 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하면서 한 순간에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동시에 제일제당 내에 CJ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구성해 2년여 간 관장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투자했던 영화로는 '인샬라' '억수탕' 등이 있다. 이후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떠나 미국 LA 일대에서 머무르다 2004년 12월 총괄 부회장으로 돌아왔다. 중국 고위층과 친분이 깊어 중국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 회장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물론 수재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친화력도 뛰어나다. 금융인 김석기씨와 결혼, 이혼했으며 김씨는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재혼해 현재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 상무(44)는 현재 경영기획실 중국담당 상무로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 상무는 배재고와 타이완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 상무는 일본과 중국쪽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민기식 전 의원의 딸 재원씨(38)와 결혼, 딸 소혜양(15)과 아들 호준군(7)을 뒀다.
이재현 회장을 말할 때 손경식 회장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정신적 지주였다면 손 회장은 외삼촌이기 이전에 '경영 스승'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 회장이 회사 중대 사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몇 안 되는 상대가 손 회장이란 것. 손 회장은 경기고 2학년 때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천재'라는 얘기를 들었다.
손 회장은 누나이자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이 삼성가로 시집가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1961년 한일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은 시작한 손 회장은 1968년 미국에 건너갔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계속 공부를 하려던 그를 이병철 회장이 비서실로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CJ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조카인 이재현 회장과 함께 CJ호를 지휘해왔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7000자 보고서가 쏘아 올린 ‘AI 파괴론’···미래는 디스토피아일까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68) 성매매 논쟁이 보여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 ①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30) 몽고메리, ‘기이한 과일’을 추모하다
- [박상영의 경제본색](14) 무역 보복 내세운 쿠팡의 ‘공포 마케팅’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3) 여성의 욕망, 여성의 목소리
- 시간을 거스르고…밀라노의 신화 쓴 베테랑 3인
- 9억짜리 상가, 2억에도 안 팔려…‘무한 공실지옥’ 단지내 상가가 사라진다
- [오늘을 생각한다] ‘짬뽕잘하는집’의 경쟁력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9) ‘사랑과 위로’의 초콜릿, 왜 개에겐 ‘조용한 독’일까
- “청정 영덕이면 뭐해, 내가 굶는데”…소멸과 위험 사이 ‘강요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