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깍기 하면 777" 브랜드 '공든탑' 세계가 인정

입력 2005. 11. 27. 20:02 수정 2005. 11. 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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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0년대 후반 쓰리쎄븐이 미국에 손톱깍기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할 때의 일이다. 쓰리쎄븐의 개당 수출가격은 25센트였다. 그러나 같은 제품에 쿡베이트 상표가 붙으면 1달러, 화장품 업체 레브론 상표가 붙으면 3달러에 팔렸다. 한국 기업이 밤낮 없는 철야 작업을 하면서 개당 몇 센트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을 때 레브론은 가만히 앉아서 12배의 차익을 올리고 있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쓰리쎄븐은 이후 세계 각국에 상표를 등록하고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다. 심지어 '777'이란 상표를 놓고 거대기업 미국 보잉사와 3년 동안 소송을 벌여 사용권을 찾아오기도 했다.

으뜸 품질로 브랜드화 뚝심보잉사와 3년 상표분쟁 승소플라스틱제품 9·11위기 돌파미 독자판매 최종관문 도전장

오늘날 세계 손톱깍기시장의 28%를 장악하고 있는 쓰리쎄븐은, 다른 국내 기업들이 값싼 임금을 바탕으로 몇 센트의 이익에 안주하고 있을 때 쉽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브랜드 관리에 장기 투자를 해온 것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에 최우선의 역점을 둔다. 그것이 최고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쓰리쎄븐 천안공장에 들어서면 '머리를 짜라. 땀을 흘려라.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라'는 다소 생경해 보이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다. 실제로 천안공장에서는 자기가 맡은 업무나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불량품을 찾아내 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김상묵 쓰리쎄븐 사장은 "1만개의 제품 가운데 1개의 불량품이 나왔다면 불량률 0.01%로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생산자 입장일 뿐, 제품을 산 소비자는 불량률 100%로 받아들인다"며 품질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련도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비행기 탑승객의 손톱깍기 휴대가 금지됐다. 그뿐 아니다. 2~3년 전부터 중국에서 모조품이 대거 쏟아져나와 전세계로 흘러들어갔다. 덕분에 쓰리쎄븐은 지난해 창업 3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2003년에 비해 매출은 301억원에서 240억원으로 줄어들고 순이익은 13억원 흑자에서 23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그러나 쓰리쎄븐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 8월 비행기 휴대가 가능한 플라스틱 손톱깍기를 만들어 미국시장에 내놨다. 현재 이 제품들은 일반 손톱깍기의 3배나 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고가화 전략에도 시동을 걸었다. 쓰리쎄븐은 현재 미국과 중국 등을 대상으로 50달러 안팎의 고가 세트를 판매하고 있으며, 조만간 손톱영양제와 손톱강화제가 들어있는 100달러짜리 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쓰리쎄븐은 전세계 80여개국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쓰리쎄븐은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3국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777' 브랜드를 붙여 다시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업체가 부엌용 칼에 '777' 브랜드를 붙여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쓰리쎄븐은 오는 12월부터 마지막 숙제로 남아있는 미국시장 독자 브랜드 판매에 나선다. 쓰리쎄븐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지만 주요 매장의 제품은 아직까지 다른 회사 상표를 단 주문자상표부착(OEM) 물량이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 제품과 고급 제품으로 판매망을 이원화해 독자 브랜드 판매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방대한 미국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뒤따른다. 실패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쓰리쎄븐은 세계 제1의 브랜드를 향한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쏟아지는 짝퉁, 고급화로 따돌렸죠"

김상묵 쓰리쎄븐 사장

김상묵 쓰리쎄븐 사장에게는 양복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인터뷰를 위해 양복을 입고 사무실에 나왔지만 사실 그가 가진 양복은 3벌밖에 없다. 김 사장은 작업복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상복이라고 말한다.

"손톱깍기 만드는 데 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술, 품질, 디자인 3가지가 결합되지 않으면 세계 1위를 지킬 수 없습니다." 김 사장은 손톱깍기로 세계시장을 평정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쇠가 너무 약하면 물러지고, 너무 강하면 이가 부러지고 손톱이 튑니다. 또 불량품 없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도 중요합니다. 플라스틱 손톱깍기 같은 발상의 전환도 디자인쪽에서 나왔거든요."

김 사장은 그러나 단순히 좋은 제품에 머물지 않고 브랜드 고급화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몇년 전부터 가짜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선 95%,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에선 70%가 모조품입니다. 아무리 적발해도 문 닫고 옆에 새 공장을 만들면 그만입니다. 도저히 당할 수가 없습니다."

쓰리쎄븐은 결국 고가품 위주로 완전히 컨셉을 바꿨고 덕분에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중국의 고급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고, 중국에서 생산된 중저가품은 동남아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출시할 100달러짜리 고가 세트도 명품매장과 네일아트샵을 통해 유통시킬 생각입니다. 그래야 명품으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거든요."

정남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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