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 필사본, 6년만의 개정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89년에 이어 1995년에 두 종류의 필사본이 각각 공개된 화랑세기(花郞世記)는 학계에서 극렬한 진위(眞僞) 논쟁을 촉발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것처럼 이 화랑세기가 신라 성덕왕 3년(704)에 한산주도독(지금의 경기지사)에 임명된 김대문(金大問)이라는 신라인이 썼다는 바로 그 화랑세기인지, 아니면 필사자인 남당(南堂) 박창화(朴昌和.1889-1962)라는 사람이 김대문 저작인 것처럼 꾸며서 지어낸 역사소설인가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논란은 그것이 김대문 작품을 복사한 것임을 주장하던 서강대 이종욱(李鍾旭.59) 교수가 1999년 '화랑세기 역주본'(소나무)을 내면서 새로운 단계로 돌입했다. 이 역주본 출간을 계기로 필사본 화랑세기를 토대로 한 연구단행본만 5종 가량 출간됐으며, 그 진위 여부를 다룬 논문만도 스무 편 이상을 헤아리고 있다.
화랑세기 진위 논쟁에 중대한 분수령을 이룬 이 화랑세기 역주본이 초판 발간 이후 6년만에 같은 소나무 출판사에서 개정판을 최근 선보였다.
이 교수는 이번 개정판에 '대역(對譯) 화랑세기'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부제로는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대목은 종래에는 번역문을 앞에다 두고 원문을 부록처럼 뒤로 몰아서 배치했던 데 비해 이번 개정판은 '대역'이라는 말처럼 한쪽 페이지에는 원문을, 맞은편 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번역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종래 역주본에는 번역문 및 원문과는 별도로 화랑세기가 진본임을 주장하는 글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으나, 개정판은 이를 거의 다 삭제했다. 대신 4쪽 남짓한 '머리말'만 붙이고 있을 뿐이다.
화랑세기 필사본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를 해설하는 코너는 초판에도 있었으나 개정판에서는 대폭 보강했다.
개정판에 붙은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는 이 교수가 화랑세기 필사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사본에 나타난 신라사회의 모습은 김대문과 같은 당대 신라인이 아니면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이 교수는 "지금 나는 다른 길을 택한 그들(화랑세기가 소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화랑세기가 김대문의 저작이라는 사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면서 "화랑세기를 소설로 보면 볼수록 그들의 연구는 신라와 멀어질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초판에서 두드러졌던 화랑세기 위서(僞書)론자들을 향한 격한 성토 분위기가 개정판에서는 비교적 절제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개정판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내가) 전개해온 신라의 국가형성, 왕위계승, 지배세력, 골품제, 친족제, 화랑제 등 실로 다양한 면에 대한 연구가 화랑세기의 이야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화랑세기를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로 이해할 준비를 해 왔던 셈"이라고 밝히고 있다. 49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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