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쏟는 힘 1할만 써도 말글살이 놀랄만치 향상"

2005. 11. 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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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열린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 창립기념 학술발표회는 우리 사회의 국어사용 현실 진단들이 흥미를 끌었다. 신문의 국어 사용, 남북 기사문체, 국민 글쓰기 능력, 남북 언어 통합, 한국어 세계화 과제 두루 현실의 구조적 진단이 바탕이 돼야 개선 방안이 나올 주제들이기도 했다.

다섯 주제를 간추리면 '글쓰기 문제'와 '민족어 발전' 두 갈래로 뭉뚱그릴 수 있다. 바람직한 신문 글쓰기는 쉽고 바른 글쓰기로 요약되며, '국어능력의 총화'인 글쓰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 민족어 발전 차원에서 남북 언어 통합을 위한 남북 교류와 공동위원회 구성 및 겨레말큰사전 편찬, '대국언어'로서의 한국어 세계화 실천 방안과 한국어 교육학의 발전적 체계 마련들이 거론되었다. 또한, 언론은 국어를 통해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영향을 주는 매체이므로 우리말글을 쓰는 데서 각별한 소임이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함을 비판했다.

신문 고정란·제목에 외국어 남발 '국어파괴' 선도남북 언어 차이는 방언 개념…통일 대상 아니다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생활부장은 '신문의 국어사용 현실과 언론의 사명'발표에서, 요즘 기사 문장에서 "올바른 의미전달을 가로막거나 문법을 경시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맥락 설명이나 갖춰야 할 문장 성분이 생략되면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얼버무리는 등 올바른 문장 쓰기의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그 사례로 들었다. '-ㄴ 것으로 알려졌다', '-ㄹ 것으로 알려졌다', '~ 전해졌다'와 같은 표현은 "남용하면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는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전문가, 검찰 안팎, 일부, 일각'과 같은 말들 역시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례로 들추었다.

'전문가' '일부' 남용 기사 신뢰 훼손

신문이 앞다투어 외국어를 고정란이나 기사 제목에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진단했다.(줌인, UP, 풋풋 토크, 원더보이, S위크엔드, 포인트, 스포츠 마케터, 레터 …)

그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신문이 독자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신문기사의 언어는 충분히 다듬어야 한다"며 "양심적인 기사, 정보 생략 없이 제대로 짜인 문장, 뜻이 분명히 파악되는 기사가 고급스러운 신문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토론에서 신문이 오히려 국어 파괴와 외국어 남용을 선도한다고 꼬집었다. "전체적으로 신문 가짓수가 많고 지면 역시 너무 많아 이를 채우기 위한 질 낮은 기사들이 양산된다"며 "상업적으로 살아남으려다 보니 국어 발전보다는 시류에 영합하는 것 같은데, 신문 종사자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좀더 철저히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시한

교수(숙명여대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장)는 국민 글쓰기 능력 향상 방안에서 '말에 대한 무지'에서 글쓰기 화두를 풀어갔다. 언어능력은 인간의 핵심 능력인 사고력과 표현력 그 자체이거나 그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데, 그 참뜻을 몰라 말글살이가 가난해져 결국 우리의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떨어뜨리고 지식과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옷/드레스, 연립주택/빌라, 강변여관/리버사이드 호텔 …' 들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어와 외국어 사이에는 계급이 형성된 지경이어서 이런 형편에 제대로 된 '글쓰기'란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러 책임 가운데 학자 등 전문가들이 외국이론 도입에 몰두한 나머지 '지금 여기서' 쓰는 언어를 세련시키는 일에 소홀히한 탓이라고 반성했다.

따라서 잘못된 의식·제도를 개혁해야 하며, 그 방향은 △한국어 능력은 살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므로 도구적 언어관을 타파할 것 △국어를 지식 아닌 능력 중심으로 학습할 것 △글쓰기 능력을 높일 환경을 마련할 것(영어에 들이는 힘의 1할만 투자하면 우리 문화 수준은 놀랍게 향상될 것) 등을 들었다.

이를 위해 △명문집 편찬 △높은 수준의 전문인 양성 △명문·실습 위주의 글쓰기 교육 등으로 국어교육 내용·방법·제도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이병민

교수(서울대 영어교육학과)는 토론에서 우리 사회나 역사는 문어적 성격보다는 구어적 성격이 강해 글쓰기 문화나 읽기 문화가 발달된 사회가 아니었다며 "구어 중심의 사회에서는 암기된, 천편일률적인 일상적 표현들이 자주 사용될 뿐 깊이있는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글쓰기 경험도 일천하고, 글쓰기 양식이나 형식에서도 고유한 것은 별로 없으며, 글쓰기 또한 사회의 민주화 정도와 관련이 깊으므로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민주화된 시기를 살고 있기에 이제 우리의 글쓰기는 막 시작이란 점을 자각하면서 구조적으로 글쓰기 능력 향상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현식

교수(서울대)는 '한국어 세계화의 과제'발표에서 한국어는 한류 이전에 이미 세계화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하면서 한국어를 '신흥 대국언어'(사용인구 7700만여명·13위)라고 일컬었다.

그는 한국어의 세계화는 재외동포 교육과 외국인 상대 교육의 두 축으로 진행될 터인데 "이런 측면에서 재외동포들은 한국어 세계화의 전초기지로서 귀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재외동포 660만명, 국내 외국인 60만명) 아울러 한국어보다 한국이 먼저 선진화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다른 민족에 대한 우월주의나 비하주의를 경계하고 '문화간 의사소통' 차원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관-호텔 등 국어-외국어 계급 형성

또한 동포 및 외국인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 △문서화한 교육과정 △표준문법 정리 △한국어 능력평가 개선 △한국어교사 여건 개선 들을 꼽았다.

허용

교수(한국외국어대 한국어교육과)는 토론에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이 특히 중요한데, "나라 발전을 위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원격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어·문화 교육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어가 언어의 특성상 문법 없이는 쉽게 배우기 어려운 까닭에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이 한국어를 가까이 하기 위해 '문장 분석'을 위한 문법보다 '문장 생성'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언어 통합의 새로운 모색'

에서 홍윤표교수(연세대)는 독립·민주화·경제부흥·통일운동 가운데 통일은 이뤄지지 않은 채 우리의 피땀을 기다리고 있으며, "민족과 국가는 통일의 대상이 되지만 남북 언어는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한 언어의 방언형으로 본다"는 데서 '민족어 발전' 차원에서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실제로 느끼는 언어 차이는 대체로 어휘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간추리면 인위적으로 만든 낱말, 외래어 차용과 이를 달리 다듬어쓰는 말, 그리고 말뜻이 변한 말들 정도로서, 남북 분단 이후에 새로 만든 어휘들이나 차용한 어휘 차이로 나타나는 다름을 가령 '남한 안의 세대간 언어 차이'로 인한 다름 정도로 보았다. 이 정도는 잦은 교류로 풀릴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럼에도 통일·통합이 되어야 할 대상으로 언어문규범, 한글코드, 학술용어,한자 들을 들었고, △자료 교류 △말글 순화 △남북 방언조사 △남북 지명조사 △겨레말큰사전 편찬 들을 '민족어 발전을 위한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민족어 발전을 위한 남북 공동위원회 구성 △민족어 공동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장은 기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추진 중인 <겨레말큰사전>이 성격상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으므로 남북 두루 실제 도움이 될 사전을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신문기사의 문체 비교 분석'

에서 고창운교수(건국대)는 형식·내용면에서 양쪽을 견주었다. 기사 길이에서, △북쪽 <로동신문>은 사설이 3500~6500자(남쪽 1000자 안팎)로 길고 △외신 등 일반기사는 남쪽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기사 수가 드물며 △대분의 북쪽 신문기사들은 간결성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시, 지적'의 기다란 인용, 장황한 수식, 높임 표현 들이 형식적 특징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용면에서 '선전지' 성격이 형식을 규정한 데서 온 탓으로 분석하면서 기사문체의 수평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어 세계화하되 우월주의는 경계

김승철 연구원(북한연구소)은 "북한 체제가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에너지는 변화하지 않는 데 있다"며 신문기사도 한가지 구조와 문체로 수십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런 관행이 장차 북쪽 사람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배워 민주시민으로 가는 통일 과정에서 '후유증으로 작용할 것'을 걱정했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주제

한겨레말글연구소 창립기념 학술발표회

1.신문의 국어사용 현실과 언론의 사명(발표 김세중 토론 김영명)

2.국민 글쓰기 능력향상 방행(" 최시한 " 이병민)

3.한국어 세계화의 과제(" 민현식 " 허 용)

4.남북 언어통합을 위한 새로운 모색(" 홍윤표 " 남영신)

5.남북 신문기사 문체비교(" 고창운 " 김승철)

곳 한겨레신문사 강당 때 11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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