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기자·검사가 국정원 거꾸러뜨렸다
"아니, '이진동'이란 이름이 여기에도 있네!"
국민의 정부 시절 불법도청을 주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된 신 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영장을 들여다본 기자들이 내지른 탄성이다. 신 전 원장을 수사하고 구속한 당사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진동(李進東·왼쪽 사진) 검사다. 그는 지난 7월 옛 안기부(현 국정원) 불법도청조직 '미림'팀의 존재를 최초로 보도, 이른바 '도청정국'의 문을 연 장본인인 조선일보 이진동(李鎭東·오른쪽 사진) 기자와 이름 가운데 '진'의 한자만 서로 다른 동명이인이다.
이진동 검사는 1968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37살이다.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에 들어선 그는 인천지검, 청주지검 제천지청, 인천지검 부천지청 등을 거쳐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입성했다. 부천지청 재직 시절엔 '알박기' 수법으로 2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현직 대사급 외교관의 아내를 적발해 구속하는 개가를 올렸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와선 고석구 전 수자원공사 사장 수뢰사건을 수사했다. 올해 7월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이 불거진 뒤로는 유재만 특수1부장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도청수사팀'에서 활약하는 중이다.
전직 국정원장이 도청 혐의로 구속될 때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또 한 명의 '이진동'과 만나게 된다. 문민정부 시절 미림팀의 활동을 파헤치고 국민의 정부 국정원의 도청의혹을 폭로한 이진동 기자가 바로 그다.
1967년생이니 나이는 이 검사보다 한 살 위다. 199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2000년 '진승현 게이트' 등 대형사건에서 여러 차례 특종 보도를 했다. 이 검사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이동한 지난해 그도 한국일보에서 조선일보로 '둥지'를 옮겼다.
아무튼 이진동(李鎭東) 기자의 보도내용을 기초로 이진동(李進東) 검사가 전직 국정원장 구속이란 '대어'를 낚은 셈이 됐으니 인연치곤 대단한 인연이다. 신 전 원장 구속 직후 검찰 출입기자 사이에서 "천하의 국정원이 두 명의 '이진동' 때문에 무너졌다"는 말이 떠돈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참고로 이 두 '이진동'에겐 연세대학교 출신이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 검사는 법조인으로선 이례적으로 생화학을 전공했고, 이 기자는 영어영문학과를 다녔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은 이 기자가 대학 학번으로도 선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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