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 되십시오'는 어색한 표현

입력 2005. 11. 17. 19:50 수정 2005. 11. 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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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시간 되십시오"라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카드 발급을 권유하거나,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돌아갈 때 영업사원들이 대부분 이렇게 인사를 건네고 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특정 업체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데, 아가씨들은 한참 광고를 하고는 말끝을 길게 빼면서 "오늘 하루도 좋은 시간 되십시오. 저는 상담원 ○○○였습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사는 바른 표현법이 아니다. 즉 '되다'라는 서술어는 '물이 얼음이 되다'처럼 주어와 보어를 필요로 한다.

앞의 문장은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당신이 좋은 하루가 되어라'라는 뜻으로 볼 수 있는데, 사람이 좋은 시간을 누리거나 즐길 수는 있지만,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좋은 시간을 누리거나 즐기기를 바란다면, '좋은 시간 즐기십시오./좋은 시간 누리십시오./좋은 시간 보내십시오'라고 해야 옳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가 바른 표현

이러한 '-되십시오'형의 인사 표현법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방송 진행자들도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좋은 저녁 되세요./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등과 같이 쓰고 있다.

이 모두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말들이다. 이는 듣는 사람이 행사할 수 있는 동사로 대체해 '건강한 하루 누리세요./좋은 저녁 즐기세요./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바르게 말해야 한다.

지난번에는 음식점에 갔다가 계산을 끝내고 나오는데 젊은 아가씨가 우리 가족들에게 '행복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 단란한 우리 가족에게만이 아니라, 식사를 하고 나서는 연인들에게도 아가씨는 간절히 행복을 빌고 있는 양, 손수 출입문까지 열어 주면서 '행복하세요.'를 연발하는 것이다.

형용사는 명령형이 없는 것. '행복하시기 바랍니다.'가 바른 표현

하지만, '행복하다'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이다. 형용사는 명령형이 없는 것이 우리말의 특징이다.

동사를 이용해서 '뛰어가세요./조심해 가세요'라고 하면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행동에 옮기지만, 형용사를 이용해 '기뻐하세요./슬퍼하세요'라고 말하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매우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이왕 행복을 빌 것이라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정확한 기원의 형태로 말해서 진짜 행복을 빌어 주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할아버님, 올해도 건강하세요.'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이 역시 '건강하다'는 동사가 아니라, 명령형이 있을 수 없다. 또한 명령문은 윗사람에게 쓸 경우 권유의 의미로 파악된다. 윗사람에게 명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또한 '-세요'보다 '-시기 바랍니다'가 적절하다. 따라서 이제는 '할아버님, 올해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로 바르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자.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윤재열님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해설서 '즐거운 시여행'(공저), 수필집 '나의 글밭엔 어린 천사가 숨쉰다', '삶의 향기를 엮는 에세이' 등이 있습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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