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대학을 가다]''늘 새영역 개척''블루오션 대학

2005. 11.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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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안 하는 분야를 개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명문 사립 카네기멜론대학교(CMU)의 모토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905년 개교한 카네기 공대와 앤드루 멜론이 세운 멜론 공대가 합병하고 나서 5년 후인 1972년 취임한 리처드 M 사이어트(1972∼90년 재임) 총장이 제시한 이런 비교우위 전략은 CMU를 30여년 만에 미국 대학 3000여개 중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하게 했다.

미국에서도 법대나 의대가 없으면 명문대 반열에 오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이어트 총장의 생각은 달랐다. '의대, 법대는 이미 초일류가 즐비하다. 후발 대학으로 이런 분야에 뛰어들어 봐야 2등밖에 안 된다'고 판단한 사이어트 총장이 집중투자 대상으로 선정한 학과는 컴퓨터 분야. 인지과학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인 80년대 중반부터는 심리학 분야였다.

미국 대학 순위에서 CMU는 컴퓨터 분야에선 불변의 톱5이며, 심리학 분야도 10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해킹 등 인터넷 보안 관련 세계 최고의 민간기구인 CERT(www.cert.org)는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으며, 야후와 쌍벽을 이루는 인터넷 검색엔진 '라이코스'도 CMU 작품이다.

미국 대학생 사이에 CMU 학생들은 결코 잠을 자지 않는다는 농담이 널리 퍼져 있다. 혹독한 도전을 요하는 교과 과목을 보면 이것이 농담이 아닌 진담으로 느껴진다. CMU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넘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CMU 학생들은 수업이 어려워 좌절감을 맛보기 일쑤이다. 하지만 학생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든지 학교와 교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교수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다. 과목 조교(CA)와 수업 조교(TA)는 전에 동일한 과목을 수강했던 사람이 맡아 학생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개인지도를 해준다. 물론 최고의 개인 교수는 동료 학생들이다.

미국의 다른 유수 대학들은 학생 간 치열한 경쟁을 시키지만 CMU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CMU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재학생은 6000여명밖에 안 되나 교수는 3000여명이나 된다. 컴퓨터는 이미 80년대부터 학생 수보다 많이 설치해 인터넷·온라인 수업을 개척해왔다.

CMU는 또한 사회봉사를 강조한다. 학생들은 학문적으로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해 학생들이 개인 또는 그룹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CMU는 뉴올리언스에서 더 이상 대학에 다닐 수 없게 된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CMU에서는 학문 연마뿐 아니라 사회봉사, 우정, 과외활동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CMU의 특징은 봄철 축제 기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대학 정신이 꽃을 피운다. 갖가지 동아리들이 캠퍼스 내에 테마 공원처럼 멋지게 장식된 미니 동아리방을 설치한다. 재학생들이 동아리방을 둘러보고 다니다 보면 마술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겨울 나라의 성탄절과 실제처럼 느껴지는 워싱턴의 모형 빌딩들을 보게 된다. 이것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내가 아무리 각각의 동아리방들을 묘사한다 해도 그 핵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그 핵심은 바로 이 대학 축제의 정신이다.

◇유정현 컴퓨터 공학과 2년

CMU에 입학하기 전에는 내 선택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2학년이 돼서 지난 1년 반 동안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니 내 결정이 옳았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들은 최악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나는 이곳에서 학문적으로뿐 아니라 사회적·정서적으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한국인 중에는 박태준 포스코 고문과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이곳에서 공부했다. CMU에서 한국 학생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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