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야수와 미녀' 류승범 "애인이랑 차 마시는 기분으로 보세요"

2005. 10. 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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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글 하성태 기자/사진 임진환 기자]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어선 류승범은 피곤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새벽까지 부산에서 차기작 '사생결단'의 밤샘 촬영을 했다는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입담을 풀어냈다.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진선북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류승범은 개봉을 앞둔 영화 '야수와 미녀'(감독 이계벽/ 제작 시오필름)를 두고 좋은 사람들과 정말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동안 너무 '센' 영화들만 해와서인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구동건'을 연기한 류승범의 모습은 자신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설명이었다.

'야수와 미녀'에서 류승범은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앞을 못보다 눈을 뜬 애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우 구동건 역을 맡았다. '야수와 미녀'는 동건과 아이처럼 귀여운 애인 해주,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드는 멋진 검사 탁준하가 벌이는 한판 소동극이다.

류승범은 시나리오 진행 과정부터 참여, '구동건'이라는 인물을 다시 만들던 시기부터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궁금해 죽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배역들이 류승범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야수와 미녀'는 신민아를 부각시키고 다른 인물들과의 앙상블속에서 영화 자체를 부각시켜야 된다는 마인드로 임했다는 류승범.

때로는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직설 화법으로, 때로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진중한 모습으로 자신의 연기관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다음은 영화 '야수와 미녀'에 대한 류승범과의 일문 일답.

- 개봉 앞두고 기분이 어떤가?

▲ 매번 똑같다, 긴장되고 대중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볼지 궁금하다.

- 영화를 직접 본 소감은?

▲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라 낯선 부분도 있었다. 항상 연기 변신을 꿈꾸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갑자기 바뀌면 나 스스로도 당황할까봐 낯설지 않게 연기하자고 마음먹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다 아니까, 이렇게 영화가 완성됐구나 하는 건 관객과 비슷한 것 같다.

- 류승범이 가진 마이너의 감수성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희화화 된 캐릭터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지금까지의 캐릭터는 영화의 구조나 주변 인물들이 류승범을 위해 배치되서 더 돋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야수와 미녀'는 시나리오 볼 때나 촬영 때도 항상 '해주(신민아)를 어떻게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사랑스럽고 예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류승범만이 돋보여서는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통통 튀는 류승범의 모습만을 원해서 극장에 오시는 분들이 있다면 기대를 버리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영화를 솔직히 홍보한다면?

▲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앉아서 그 시간이 즐겁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거다. '야수와 미녀'는 좋은 친구나 애인이랑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 편하게 두 시간을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다.

- 류승범씨가 시나리오 과정에도 참여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 '주먹이 운다' 이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여서 쉬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 이 시놉시스가 우연히 받고 '이런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재미있겠구나'해서 감독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게 됐다. 백지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해 나가면서 내가, 감독님이, 스탭들이 그리고 싶은 것을 짬뽕해서 그려냈다.

- 구체적으로 류승범이 계획하고 아이디를 낸 것은 어떤 것?

▲ 처음 야수 구동건이라는 캐릭터는 험상궂고, 그야말로 우리가 보아오던 야수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슈렉은 허상의 인물이니까, 애니메이션이니까 이해가 가는 거다'라고 얘기한 후 바꿔나갔다. 솔직히 인간 류승범이 볼 때는 해주가 아무리 눈을 뜨기 전에 사랑했다고 해도 인간의 본질이 더러운 거라 도망갈 것 같았다. 그래서 해주가 동건을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서 관객이 공감하고 동화될 수 있는 현실감각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 그걸 어떻게 연기했나?

▲ 시놉시스에서 동건은 정말 슈렉 캐릭터였다. 정말 (직접 괴물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으... 하는 캐릭터였다. 사실 난 이 친구가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것도 신기해 보였다(웃음) 하여튼 콤플렉스가 콤플렉스를 낳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이 되고... 그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감정들을 가지고 구동건을 연기했다. 우리 일상에 있는 콤플렉스는 남들이 봐서는 별 것 아닌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예민해지고 그게 배가 되게 느껴지고 예민해지는 것이다. 사실 구동건한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빨리 나타났어야지, 아니면 접고 빨리 다른 여자를 선택했어야지"라고,,,(웃음) 또 이 친구가 못났기 때문에 더 감동있는 것 아닌가? 동건이 만약에 A급 성우였다면 또 다른 인물이 됐을거다. B급 성우고 모자른 구석이 있으니까 감동적인 거지, 돈많고 잘생긴 사람이 미녀를 얻는 건 감동적이지 않다.

- 구동건은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졌는데 본인은?

▲ 콤플렉스가 없고, 별로 안가지려 한다. 큰 도움은 역시 하나님인 것 같다. 모태신앙이다. 하나님이 주신 몫으로 산다고 생각하며 살고, 모자란 건 기도를 올려서 보상받고 항상 되돌려주시고 보상받는다. 그런 세상에서 콤플렉스를 갖고 살만한 시간이 없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난 바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사랑할 시간이 너무 많은데 힘들고 상처받고 그렇다면 그건 하나님의 짝이 아닌거다. 다 자기 욕심을 채울려고, 그래서 상처 받으면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조금 더 덜이쁘고 조금 더 성격 안 좋은 사람 만나면 된다(웃음). 조금 더 돈 많고, 조금 더 좋은 차 가진 사람 만나려고 그러는 거다.

- 동건의 고민이나, 해주가 머뭇거리는 장면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

▲ 사랑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영화에 보여여지는 것만 봐주셨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리 영화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렇게 각자가 느끼는게 최고의 철학이고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금 동건이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나 외모 때문에 가슴앓이하고 고백도 못하고,,,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 영화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관객 각자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야수와 미녀'의 흥행은 잘 될 것 같나?

▲ 정말 물음표다. 다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안될거 같기도 하고 정말 모르겠다. 일반 관객들이 가장 중요하니까 개봉 때 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봐야겠다. 솔직히 망하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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