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말 광기(狂氣)의 화가 서위(徐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린 실제 광인(狂人)이었다.
그런 광기(狂氣)에 발이 네 개 달린 쇠스랑으로 강보에 싸인 아들을 돌보는 아내를 쳐 죽이고 체포되어 감옥에 끌려와서도 한동안 자기가 한 일을 몰랐다.
1566년, 명나라 가정(嘉靖)황제 45년 겨울에 일어난 '엽기 사건'이었다.
이보다 앞선 1565년 한여름에는 집안 벽면에 박힌 대못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뽑아들고는 자기 머리통을 향해 자해를 감행했다.
서위(徐渭. 1521-1593). 자(字)인 문장(文章)을 따서 서문장(徐文章)으로 더 잘 알려진 명나라 말기의 화가는 광기가 발병하기 전 젊은 시절에 죽음을 대비해 쓴 자기 묘지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음(山陰) 출신 서위는 어려서는 고문(古文)을 좋아하고 자라서는 이에 더욱 힘을 기울였으며 이후에는 다시 이학(理學)에 뜻을 두고 계본에게서는 왕양명(王陽明.1472-1528)의 학문을 배워 이학과 선학(禪學)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세상사람들도 그의 학문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학(文學)과 이학은 끝까지 누군가에게 배운 적이 없다."
유아독존(唯我獨存)을 방불하는 강렬한 자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 어려서 이미 신동으로 소문났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호언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번번이 과거시험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으며, 여복(女福)도 변변치 않았다.
21살에 맞아들인 15살 첫 부인은 아들을 낳고는 폐결핵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19살에 요절했다. 평생을 그리워한 여인. 하지만 그 여인은 언제나 환영으로만 다가왔다. 둘째 부인을 타살(打殺)할 때도 첫부인의 환영에 시달렸다는 흔적이 남아있다.
지금에 와서는 표현주의 개척자로까지 추앙되는 서위.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 화가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발작에 시달리며, 70살 안팎이 된 노년에도 그림은 많이 그렸으나 그 이유는 오직 하나. 궁핍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는 출생 콤플렉스가 있었다. 동해에 인접한 중국 남쪽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이란 곳에서 나름대로는 뼈대 있는 집안 자식이기는 했으나 생모(生母)는 그 집안 몸종이었다. 아버지가 재취에 맞아들인 둘째 부인은 그 자신의 소생을 보지 못하자, 그가 시집올 때 데려온 몸종에게서 아들을 받았으니, 그가 서위였다.
따라서 서위는 이모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생모가 있기는 했으나, 법적인 어머니인 적모(嫡母)는 엄연히 따로 존재했다.
과거시험 합격을 통한 관직 진출을 그토록 소망했으나, 단 한 번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이런 울분을 글과 그림으로 소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적 조류는 그 자신에게 쓴 묘지명에도 나오듯이 왕양명이었다. 공교롭게도 양명(陽明)은 서위의 고향 소흥(紹興) 사람이었다.
모든 도덕적 준거를 심(心.마음)에서 구하는 양명학은 이미 그 태생 자체가 그렇듯이 불교, 특히 선(禪)과 밀접했으며, 아울러 도교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위 또한 유.불.도의 삼교에 모두 능통했다.
중국의 화가이자 전기작가인 저우스펀(周時奮. 1949년생)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인물평전 '서위'(중국어 원저는 2003년 발간)는 불행한 삶이라는 측면에서는 고흐를 능가할 만한 이 위대한 예술가의 궤적을 재구성하고 있다.
수묵화(水默畵)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마음을 따라 자연을 재구성하는 화법인 대사의화(大寫意畵)를 완성했다는 서위의 일생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장 일반적인 전기서술 방식을 채택하기는 했으나, 화가요 문인이기 이전에 16세기말 명대(明代)라는 사회를 살다간 한 인간의 평전으로 본다 해도 좋을 것이다. 서은숙 옮김. 창해 펴냄.391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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