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신화:진시황릉의 비밀

▲감독 당계례|출연 청룽(成龍)·김희선
'실재' 역사인 진시황 재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도 이 영화의 제목이 '신화'인 이유는 명료하다. 유구한 중국 역사를 신화로 다시 쓰고 과거의 영광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한 중국형 블록버스터 '신화'는, 현대적 액션어드벤처와 전통적 무협사극을 합종교배시키면서 과거의 진시황릉을 현존하는 천상의 공간으로 부활시킨다. 우리에게 미스터리였을지언정 신화인 적은 없던 진시황릉의 비밀이 친근한 '할리우드' 스타 청룽(成龍)과 한류 배우 김희선에 의해 범아시아적 설화로 탄생하려 하는 것이다.
역시나 영화는 중국 대륙의 광활한 벌판에서 대장정의 첫발을 뗀다. 몽이장군(청룽)은 진시황의 후궁으로 바쳐진 고조선 여인 옥수(김희선)를 호위하며 황궁으로 향한다. 이를 막으려는 고조선 장군(최민수)과의 한판 격돌. 몽이장군은 옥수를 지키려다 그녀와 함께 벼랑으로 떨어지고, 화면은 현대의 고고학자 잭(청룽)이 아찔한 꿈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꿈속에서 전생을 본 잭은 물리학자인 친구 윌리엄(양가휘)과 함께 길을 떠나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광석과 고대의 칼을 발견하고, 이것이 진시황릉의 전설과 꿈속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문무를 겸비한 학자의 고대유물 탐험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툼 레이더' '사하라' 등 할리우드 액션어드벤처의 계보에 발을 붙이고 있다. 그러나 황제에 대한 충정과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극을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진정한 혈통이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 쪽에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이머우 감독이 중국형 블록버스터의 새 유형을 창조하며 내놓은 '영웅'이 진시황을 신격화하며 끝맺는 것은 이 영화 제목이 '신화'인 이유와 통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끊임없이 교차시키면서, 과거의 몽이장군과 현재의 잭을 지속적으로 겹쳐놓으면서 진시황릉의 현대적 신화화를 향해 진격한다. 수천년 불로장생하게 된 옥수 여인이 황릉에 계속 머물기로 결론을 맺고, 잭은 두꺼운 양장제본의 'The Myth'(신화)라는 제목의 책을 덮으며 끝내는 마지막 장면은 진시황 전설에 신성성과 영속성을 부여한다.
3백50억원을 투입한 규모 있는 야심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만듦새는 곳곳에서 패착을 부른다. 와이어를 활용한 청룽 고유의 액션은 장구한 서사액션이 아닌 경찰액션에나 어울린다는 사실을 수시로 증명하고, 시·공간의 거친 교차는 장르간 순환이 아닌 체증만을 일으키고 만다. 특히 가련한 표정으로 "장군!"이라고 외치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김희선 캐릭터는 장쯔이가 이룩해낸 그것과 비교되며 실망을 산다.
곳곳의 출혈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박수를 치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정교하면서 빠르고 여유 있으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청룽의 손짓 발짓 덕이다. 청룽 팬들의 다름아닌 바람은 욕심내지 않고 그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다.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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