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기 지금] 영화투자 '미다스의 손' 김우택 대표

2005. 10. 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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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솔직함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김우택(41) 대표의 요즘이 그렇다. 5년 전 처음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메가박스 본부장으로 영화판에 첫발을 내디딜 때와 달라진 것이 없건만, 사람들은 유난히 요즘 그를 달리 보려 한다. 그래서 거리낌 없던 언론과의 인터뷰도 편치가 않다. 말이란 게 얼마든지 듣는 사람이 달리 해석하고 과장할 수 있으니까.

'성공한 자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라는 세상 인심으로 보면 그에게 이런 상황은 당연한지 모른다. 그는 올해, 적어도 아직까지는 한국영화 투자의 '미다스의 손'이기 때문이다.

연초 '말아톤'(518만명)으로 시작한 흥행 레이스는 '웰컴투 동막골' (800만명)과 '가문의 위기'(11일까지 540만명)로 흥행 1~3위를 석권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에서도 4,7,9위를 꿰찼다. 배급 역시 이런 기세를 등에 업고 정상자리(3,500만명 예상)를 굳혔다.

단순 극장사업에서 벗어나 영화투자ㆍ배급을 위해 오리온그룹이 만든 쇼박스까지 맡은 지 겨우 3년. "노하우가 뭐냐"고 물었다. "가장 쉬운 것, 상식적인 것부터 한다. 다른 요소를 먼저 봤으면 실패했을 것이다. 어느 분야든 CEO의 고민은 비슷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얼마나 잘 하느냐."

"운도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런 특별할 것 없는 생각과 선택, 일천한 그의 영화판의 경력을 들먹인다. 그러나 그 '쉬운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투기산업이라는 영화에서는. 영화는 누가 뭐래도 재미있어야 한다. "상업영화는 대중적 공감이 최우선이다. 그래야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줄 책임도 다 할 수 있다. 재미야말로 관객도 만족시키고 궁극적으로 영화산업도 발전시킨다."

지난해 쇼박스 도약의 발판이 된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작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부터 보자.

"당시 쇼박스 1년 전체 투자비도 넘는 130억원을 '올인' 하기란 쉽지 않았다. 조직도 규모도 안됐다.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이 절실했고, 무엇보다 촬영된 필름 일부를 보고 이제까지 경험 못한 한국전쟁의 비극적 감동(재미)과, 촬영현장에서 강제규 감독의 열정을 보고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그럼 '말아톤'은?

"장애인 영화, 스포츠 소재는 안 된다는 충무로의 속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속설이 투자결정에 우선이 되면 안 된다. '말아톤'에는 그것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었다. 그 감동에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한다면 충분히 폭발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승우란 배우와 감독과 함께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웰컴투 동막골' 역시 시나리오가 가진 재미와 그 재미를 끌고 가려는 배우들의 조화와 감독의 의지를 보고, '가문의 위기'는 속편의 속설이 아닌 접근 방식이 주는 재미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동막골'은 자청해 제작비를 43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렸다. "모험이 아니었다. 엔딩 장면의 품질을 높여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 투자란 이런 것이다.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면 그 이상의 이익이 돌아온다."

그가 말하는 재미란 드라마다. "웃음이든 눈물이든 드라마가 감정의 크기, 나아가 영화의 크기까지 결정한다. 재미있는 영화는 사회분위기를 타지 않고 '…동막골'처럼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재미에 대한 판단은 물론 혼자 하지 않는다. "쇼박스에서 투자할 작품의 평가와 아이디어에서만은 나이, 계급, 남녀 차별이 없다. 때문에 30여명의 식구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그 공동의 목표는 제작자, 감독이라고 다르지 않다. 때문에 투자자와 이들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투자자는 돈만 대고는 팔장 끼고 있다 개봉 2주 전 프린트를 보고 나서야 '좋다' '큰 일이다'고 해서는 안되고, 제작자와 감독 역시 '돈은 네가 대라, 영화는 내가 만들 테니'라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대중적 접점이란 공감대를 갖고 유기적으로 협조해 간다면 얼마든지 더 흥행력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동막골 이장의 말을 원용하면 흥행에 성공해 가족을 잘 먹여야 기업도 영화도 사는 게 아닌가."

자칫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내가 항상 옳다'는 게 아니기에, 욕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다행히 함께 영화를 만드는 데 동의하는 제작자나 감독을 만났고, 대부분 성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동막골' '말아톤' 이 준 가장 큰 선물 역시 선택에서 개봉까지 대중적 코드를 맞추는 투자자로서의 역할과 작업이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정상에 올랐다고 기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본질에 충실한 공부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을 뿐이다.

김 대표는 아직도 "쇼박스는 공부중"이라고 말한다. '남극일기' '천군' 등 투자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40만명도 못 채우고 있는 '주부퀴즈왕' 역시 실패다. 태국영화 '옹박??수입 역시 새로운 학습기회이다.

"나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딸의 오답 노트를 보았다. 바로 그거다. 실수를 정확히 알고 가면 반복하지 않는다. 일류는 단숨에 되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해외시장과 예술영화도 목적과 준비가 확실하면 간다."

그도 변한 게 거의 없다. "상황에 따라 예측이 틀리니 영화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크건 작건 투자한 작품마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있다면 단 하나.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에모리대 MBA 출신으로 오리온 그룹 산하 케이블TV인 투니버스에서 일하다 영화사업을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모른다'는 것이 창피했다.

"지금은 그것에서 자유로워졌다. 그 자유로움이 내 머리 속의 것들을 해볼 수 있게 한다." 목요 개봉, 빨간물음표 도우미로 메가박스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한국산업고객만족도(KCSI)조사 서비스 부문 1위를 차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솔직히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좋아한다"고 했다. 전문가라는 생각도 않는다. 아직 그를 영화인으로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무슨 기준인지 모르지만 영화인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산업이 커지길 바라며 열심히 일하고, 투자자나 제작자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자유롭게 말하는 자세가 내게는 중요할 뿐이다."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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