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고발로 두산비리 수사 확대
비자금 사용처가 총수일가 사법처리 변수될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참여연대가 30일 두산그룹 관련 추가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오너 형제간 분쟁으로 촉발된 검찰 수사의 전선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두산그룹내 4개 신용협동조합이 1999~2002년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자산의 대부분을 두산계열사 주식에 투자했고, 손실이 발생하자 ㈜두산 등이 회사자금을 4개 신협에 출자했으나 이들이 청산되는 바람에 회사에 62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등 새로운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근거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두산산업개발 김준덕 총괄부사장, ㈜두산 박용만 대표, 두산중공업 강문창 부회장 등 계열사 임원 12명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은 두산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돼 현재 진행중인 사건과 함께 다뤄질 것이 유력시된다.
◆수사대상 전면 확대…진정인ㆍ피진정인 구분 무의미 = 검찰 수사는 애초 지난달 박용오 전 회장측에서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20년에 걸쳐 1천700억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진정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및 대주주 일가 이자대납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 참여연대의 고발을 계기로 수사는 세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7월21일 박용오씨측의 진정서 접수로 수사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 불거진 재산분쟁 성격이 강해보였지만 1개월여 지난 지금은 `종합 선물세트'식 기업비리 수사로 번지는 형국이다
애초 진정서를 낸 박용오 전 그룹회장도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1995-2001년 사이에 2~3년간 그룹 회장을 맡았던 데다 참여연대에 의해 이날 고발돼 자신 또한 수사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현재 수사가 전체 단계의 15% 수준에 불과해 박용오, 박용성씨 등 그룹 최고위층 소환은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으나 이번 고발이 수사속도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따라서 박용성, 박용만씨에 대한 출금조치를 유보한 채 그룹 오너들의 지시, 묵인하에 비리가 이뤄졌다는 단서가 확보돼야 사법처리를 전제로 이들을 부른다는 복안을 가졌던 검찰이 기존 입장을 바꿀지가 주목된다.
◆오너 일가 연루 비자금 단서 첫 확인…수사 가속도 = 검찰은 총수 일가들을 당장 소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물밑에서는 범죄 단서를 확보하는 노력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수사 착수 1개월만에 박용성 회장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두산그룹 관계회사인 동현 엔지니어링이 조성한 비자금 20억원을 전달받은 단서를 포착해 박진원씨를 출금조치한 것은 대표적인 수사 성과로 꼽힌다.
검찰은 박씨가 두산 그룹 임원진 및 관련 회사 임원들의 이름으로 차명 관리되는 전체 비자금 계좌들을 총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조만간 있을 박씨 조사를 통해 두산 비자금의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10여개의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00개 이상의 금융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 중이어서 계좌 추적에서도 모종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까지 두산 계열사 사무실, 대주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지만 수사 진행 속도로 미뤄 조만간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점쳐진다.
◆비자금 사용처, 순수 분식회계 여부 사법처리 변수될듯 =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비자금 규모가 진정서에 나오는 액수에 육박하느냐는 물음에 "진정서 내용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액수가 얼마가 됐던 간에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 돈이 어떤 용도에 사용됐는지가 관계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비자금 사용처 확인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계좌추적 결과 비자금이 어떤 형태로든 회사 경영에 사용됐느냐, 아니면 대주주 일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느냐에 따라 박씨 일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
두산 계열사의 분식회계가 사기대출 등 추가비리로 이어졌는지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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