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그린보트'참가 80명 한국인 피복자들과의 만남

합천=이동렬기자 dylee@hk.co.kr 입력 2005. 8. 15. 19:14 수정 2005. 8. 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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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첫 기항지인 부산항에 도착한 'Peace & Green Boat 2005' 참가자들 중 80여명이 국내 유일의 원자폭탄 피해자 수용시설인 대한적십자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원폭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과 핵 근절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뜻깊은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경남 합천을 방문한 80여명 중 일본측 참가자가 60여명을 차지했다.

오후 1시께 2대의 버스편으로 합천군 합천읍 영창리 복지회관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곧바로 회관 뒷뜰에 있는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했다. 위령각은 1997년 한국인 피폭자 돕기에 앞장서온 일본 종교봉사단체 '태양회' 이사장 다카하시 고쥰(高橋公純ㆍ64)씨가 사재를 털어 건립한 것으로 현재 839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매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폭이 투하됐던 8월 6일에 맞춰 위령제를 지낸다.

위령각 참배에 이어 참가자들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78명의 피폭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피스ㆍ그린 보트 노히라 신사쿠(野平晋作ㆍ40) 공동대표는 "더 이상 핵무기 위험이 없는, 평화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히로시마와 함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합천을 찾아왔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는 또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일본인 피폭자와 같은 보상을 해주지 않는 일본 정부에는 이중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60년 전 일본 히로시마에서 13세의 나이로 혼자 집을 지키다 원폭을 경험했던 송임복(73) 할머니로부터 당시의 악몽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송 할머니의 증언을 빠짐없이 메모했고, 다른 피폭 노인들은 두 번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은 당시를 떠올리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송 할머니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더니 갑자기 불이 번쩍 했다"며 "어지러워서 쓰러졌는데 나중에 깨어나 보니 내가 집 근처에 있는 유치원 지붕까지 날아와 있더라"고 회상했다. 송 할머니는 "사람들이 나와서 가족을 찾느라 아수라장이었고, 집 앞 당산나무는 불이 활활 타올라 너무 무서웠다"고 참상을 전했다.

"젊은 사람들이 전쟁과 핵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게 해달라"는 송 할머니의 당부에는 모두가 숙연해졌다.

참가자들은 이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손을 잡고 10개조로 나눠 '평화의 한지공예'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평화'라는 글씨가 새겨진 10개의 과일쟁반을 만들어 복지회관에 기증했다. 참가자들은 피해 노인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종이학 1,000마리도 접어 선물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김헌상(85) 할아버지는 "광복 60주년의 뜻깊은 날에 한일 민간단체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위로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복지회관측이 마련한 다과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4시간여의 짧지만 뜻깊은 체험 및 교류의 시간을 마감하고 부산항으로 돌아갔다.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은 재한원폭피해자 복지사업을 위해 90년 일본 정부가 지원한 40억엔의 일부에 한국 정부 지원금을 더해 96년 10월 개관했다. 1,649평 부지에 건평 800평(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78명이 입주해 있지만, 50여명의 피해자들이 정원 초과로 입주하지 못해 대기 중인 상태다.

정부에 등록된 국내 원폭 피해자는 6월 현재 모두 2,345명. 이 중 합천이 598명으로 가장 많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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