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레벨업)④'Hyundai Way' 글로벌 경영

2005. 8.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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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지난 4월말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005380) `전세계 대리점 대회`. 신형 `그랜저`가 무대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환호성. 어느새 250여명은 일제히 일어나 갈채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세계 179개국의 현대차 대리점 대표들이 2년 마다 참석하는 행사지만 올해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현대차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신차에 대한 만족스런 표정들로 가득찼다. 현대차의 급성장을 자축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현대차의 글로벌경영이 결실을 맺었다. `현대차=싸구려차`라는 비아냥은 더 이상 없다. 외형확장을 위해 저가로 해외에 밀어넣던 시대도 지나갔다. 품질을 앞세운 지역별 전략차종으로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로 변모해 가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등 4개의 글로벌 생산거점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연구개발 및 디자인센터를 연결하는 글로벌경영 체제가 확고해졌다. 이는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역별 경제 블록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의 글로벌경영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해외법인 모두 목표 초과..量과 質 동반 성장

정몽구 회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뿌듯한 얼굴로 14개 해외 법인장들을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계 현대차의 해외법인들은 올 상반기에 모두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중국과 인도 공장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베이징현대기차는 10만9564대를 팔아 지난해 업계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대모터인디아(HMI)는 12만4287대로 전년대비 36.1%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고수했다.

현대차는 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러시아 그리스 등 유럽 지역 2개국과 남아공화국 이스라엘 알제리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5개국 등 총 7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올해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74만4000대와 65만7000대를 생산, 지난해보다 14.6% 증가한 240만1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글로벌 톱 7위 수준이다. 오는 2010년에는 국내 300만대, 해외 200만대 체제를 갖춰 `글로벌 톱5`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현대차가 양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질적 성장에 우선적인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계 1위와 2위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포드가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견제도 피하고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다.

현대차가 올초 중장기 비전 슬로건을 `글로벌 톱5`에서 `인류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Humanity)`으로 변경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외적 성장을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질적 성장을 다져나갈 때"라며 "품질과 브랜드 향상은 물론 매출보다는 이익 개념의 경영, 사회공헌활동 확대, 종업원 및 주주를 위한 정책 강화 등 기업의 내적인 가치를 올리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럭셔리 신차`가 세계를 달군다

세계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는 현대차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해졌다. 더이상 값싼 소형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프리미엄 미드급`인 3300cc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다. 승용차에서 `싼타페` `투싼`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수출 차종도 넓어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을 향해 급성장중인 중국의 경우 일본업체들이 구모델로 시장테스트를 하는 동안 현대차는 `아반떼XD` `쏘나타` `투싼` 등 최신 모델로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중국 시장점유율이 2003년 2.4%에서 지난해 5.8%, 올 상반기 7.9%로 수직 상승했다.

현대차는 중국의 고급차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10억 인구의 상위 소득층이라 꼽히는 5%만 공략해도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의 시장규모라는 논리.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한 대형차 `그랜저`를 중국과 중동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 `최고급 초대형 세단`을 표방하는 `에쿠스` 후속 `BHL(프로젝트명)`도 2~3년내 개발해 중국에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렉서스`나 `BMW`와 대적하기 위해 후륜 구동의 럭셔리 프리미엄 차량 `다이너스티`후속 `BH(프로젝트명)`를 개발중이다. 오는 2007년께 내놓을 `BH`는 북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BH`의 성공 여부는 현대차가 고급차에 `렉서스` `인피니티` 등과 같은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할 것인지 결정할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2007년에는 렉서스 `ES330`을 능가할 럭셔리카를 출시해 세계 고급차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BH의 성공 여부에 따라 `렉서스`와 같이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로 세계로"..환리스크 최소화·경제블록화 대비 "일거양득"

세계 6대 자동차 생산국중 내수 규모가 200만대를 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자동차 내수시장은 평균 146만대에 그쳤고 지난해는 109만대, 올해는 115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내수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대량 생산 대량 판매`라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현대차는 글로벌 경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은 어느 한 시장에 치우치지 않는다. 올 상반기 지역별 판매 현황을 보면, 총 114만4000대 판매대수중 ▲한국 22.8% ▲북미 22.5% ▲유럽 18.7% ▲친디아(중국+인도) 16.4% ▲남미 중동 등 기타지역 19.7%를 기록했다. 5개 지역별로 20% 안팎의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판매의 비중은 2003년 34.9%에서 지난해에 27%로 낮아진데 이어 올해는 25.7%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내수시장의 장기 침체와 수출 및 현지 생산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북미와 유럽은 지난 3년간 23~25%와 16~18%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여타 기타지역의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가 지역별 판매를 일정 비율로 분산시키는 것은 `환율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일종의 위험 분산 개념으로 강세 통화와 약세 통화의 적절한 조합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준공, 현지 생산에 나선 것도 환율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이 들어있다. 올해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터키 등 5개국의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꾸기도 했다. 기아차(000270)가 내년 완공 예정인 슬로바키아 공장에 이어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은 지역별 경제 블록화에 효과적인 대비책이기도 하다. 수출보다는 현지생산을 통해 경제 블록화에 따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WTO는 올해 말 총 300여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글로벌화해야"

현대차의 글로벌화가 눈부시게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노사관계는 매년 성장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사문화의 선진화가 필수 조건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노사분규로 인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차질액은 2조4972억원, 수출차질액은 10억5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파업에 의한 생산 및 수출차질액 비중은 전체의 77.7%, 84.7%에 달했다.

일본 도요타는 50년이 넘도록 무분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 요구액도 전년보다 낮춰 제시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데다 엔화강세가 계속되면서 수출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도요타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가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기업과 매년 노조의 `하투`를 걱정해야하는 기업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노동 생산성만 따져봐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의 1대당 제작시간을 기준으로 한 노동생산성은 닛산이 18.3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도요타 19.5시간, 혼다가 20.6시간으로 일본 업체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현대·기아차는 25시간으로 GM 23.1시간, 포드 24.5시간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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