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천용택씨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나

2005. 8. 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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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받고 청탁ㆍ도청 무마 의혹…검찰, "소환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김대중 정부의 실세로 통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안기부 도청 사건에 연루됐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두 사람이 사법처리 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X파일로 삼성측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재미교포 박인회씨는 최근 조사에서 1999년 9월 박 전 장관을 만나 녹취보고서를 건네준 뒤 안기부에서 해직된 직원 임모씨의 복직 청탁과 함께 자신의 친구 이모씨가 관광공사 관련 사업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또 박 전 장관이 이 부탁을 받고 즉석에서 이득렬 당시 관관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 청탁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장관측은 박씨 영장에 녹취록을 받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박씨가 테이프를 주려고 해서 호통을 쳐 돌려보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측의 주장이 이같이 엇갈리자 금명간 박 전 장관을 소환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녹취록이 박 전장관에게 건네졌고, 박 전 장관이 녹취록 내용을 외부인사들에게 알리거나 공개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공소시효 7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이와 관련, "박지원씨와 삼성이 박인회씨로부터 녹취록 등을 건네받은 뒤 천용택 당시 원장에게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이런 사실을 국정원측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이 출두할 경우 녹취록을 받은 경위, 청탁 여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은 1999년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DJ가 언론사 간부를 통해 삼성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파문이 일자 국정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천 전 원장이 도청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면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내용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국정원장직 사임을 계기로 파문이 진정되면서 이 문제는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X파일이 공개된 이후 천 전 장관에 대한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와 공운영 전 미림팀장의 뒷거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기부 퇴임 직원들의 모임인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국사모)' 송영인 회장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천용택 원장 등이 공 팀장이 기밀문건을 소유한 사실을 알고 난 1년 뒤 이를 압수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이었던 이건모씨도 공운영씨의 자료 유출 사실을 보고했지만 천 장관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공씨와 천 전 원장 사이에 모종의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천 전 원장이 국정원장 시절은 물론 퇴임 뒤까지 관련 자료를 듣고, 타인에게 전달했다면 통비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될 수도 있어 검찰은 공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모종의 단서가 포착되면 천 전 원장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테이프 유출을 확인하고도 공씨를 처벌하지 않은 부분은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는 있지만 공소시효(3년)가 이미 완성돼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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