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뫼르스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가들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성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제1권 117-118쪽) 고통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작가를 중심으로 평론가, 출판업자 등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들녘.전2권)가 번역돼 나왔다.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48)가 지난해 발표한 이 작품은 차모니아라는 상상의 대륙, 그 중에서도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렸다.
소설은 창작의 고통을 겪는 작가들의 절규, 독자가 아니라 큰 신문사를 위해 글을 쓰는 비평가들, 돈이 되는 책만 만들어내는 출판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흔드는 거대한 자본의 힘을 기발한 상상력, 유머러스한 문체 등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의 도시 부흐하임의 지상에는 출판사, 인쇄소, 종이공장, 잉크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수천 개의 고서점과 그보다 많은 수의 불법 서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독서를 더 즐겁게 하기 위한 알코올, 담배, 향료, 마약류 등을 판다. 어디서나 스물네 시간 작품 낭독회가 열린다.
그곳에서 책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밀매됐다가 버려지고 죽는다. 돈이 되지 않는 살아있는 작가들은 시인들의 공동묘지에서 삶을 구걸한다. 오직 죽은 작가만이 유명해지고 죽어 있는 책들만 돈이 돼 지상의 세계를 이끌어간다.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죽음의 공간이다. 미로 곳곳에는 진귀한 고서적들이 주인과 함께 묻혀 있다. 책 사냥꾼들은 그런 책을 찾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다. 이 책은 신비에 싸인 시인을 찾기 위해 부흐하임으로 온 젊은 공룡 미텐메츠의 지적 모험을 그렸다. 지상의 어두운 힘에 의해 쫓겨난 그는 지하세계에서 온갖 전설들과 만난다.
나아가 소설은 책읽기를 삶의 즐거움으로 삼는 독자들의 세계를 그렸다. 작가는 "부흐링"이라 불리는 독자들이 책에서 나와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엉뚱하면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두행숙 옮김. 352-408쪽. 각권 1만1천원. http://blog.yonhapnews.co.kr/chuuki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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