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또 다른 경계를 찾아"

이창길 기자 2005. 4.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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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한 사회의 변방에서 사회적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은 고단하다.한국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허가한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쫓겨 나가거나 ‘불법 체류자’라는 오명을 쓰고 숨어 살아야 한다. 하지만 40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은 엄연히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행동주의 예술가" 박경주의 사진영상집 ‘이주’(다빈치기프트 펴냄)는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존재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어떤 존재인가를 질문하고 관계와 소통을 고민한다. 이주노동자가 카메라를 향해 응시하는 시선을 통해서, 때로는 그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면서. 박씨는 독일에서 유학하던 1999년 외국인으로서 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작품을 고민하면서 ‘베를린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를 만들었다.베를린 출입국관리소에 가기 위해서 건너야 하는 다리 위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작가를 향해서 또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를 향해서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나는 국경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내 작품세계의 큰 전환점이 됐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내가 ‘국경’에 저항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종과 인종간의 문제, ‘민족과 민족간의 문제’, 그리고 ‘문화와 문화간의 문제’등을 생각했다. 예술가는 그 경계에 서있어야 하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런 벽을 허무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리 위에 서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시선 속에 작가의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시선은 다시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이주노동자에게로 옮겨간다. 1960년대 이후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살아 온 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청년에서 장년의 모습으로 바뀐 초상에 담아 낸다. 2001년 귀국해서는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작가의 고민이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들에게로 향한다. 이제 ‘이주’와 ‘노동’에 대한 작가적 탐색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도 서슴지 않는 행동주의로 나아간다.이주노동자의 시민권과 참정권에 대한 공개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2004~2005)’를 벌인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가상 선거유세를 펼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결코 가상으로만 머무를 수 없는 가까운 미래의 일정으로 다가온다.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차별을 고발하는 ‘이주여성의 삶(2004)’은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 속으로 밀착해 들어간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 차별 이외에도 가족과의 이별, 남편의 폭력, 출산 등 이주여성의 삶은 이중 삼중의 질곡에 고통받는다. 이밖에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문화적 편견을 교정하고 그들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주노동자 뮤직 프로젝트(2001~2002)’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 실제로 ‘유레카’라는 이주노동자 밴드를 발굴하고 음반 제작, 공연을 지원했다. 행동하고 개입하는 박씨의 예술가적 실천은 현재 이주노동자 인터넷 방송국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자료 정리, 커뮤니티 통합, 네트워킹 시스템 구축 등 ‘이주’의 ‘광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이주+노동+문화행동’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예술과 참여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예술행위 그 자체가 사회적 관계 속의 한 당사자로 참여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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