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은명교회 이민재 목사

2005. 4. 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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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자 ‘가려운곳’ 긁어주고 ‘나눔의 기쁨’ 함께 누려 ‘부익부빈익빈’은 교회도 마찬가지다. 잘 사는 동네의 큰 교회는 재정이넘치지만 못 사는 동네에선 교회의 살림도 어렵게 마련이다. 교회 주변에서 눈에띄는 이들은 도움 받아야 될 사람들뿐이고, 교회에 도움을 줄 신자는 많지 않으니,지역에서 가난한 이웃을 돕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게 낙후지역 교회들의 아픈현실이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겨우 차하나 다닐 정도의 골목길로 200여 미터 오른효창동 3-6번지에 만리현성결교회가 있다. 서울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만리동 고개위 언덕에 서 있지만 정작 교회 안에 들어서니 느낌이 새롭다. 널찍한 마당에서활갯짓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언덕배기 개나리만큼 반짝인다. 20년 넘게 이 지역아이들을 돌보다 이젠 어엿한 용산 구립이 된 어린이집 아이들이다. 잠시 뒤엔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교회로 몰려든다. ‘방과 후 교실’에 오는 21명의 초등학교1~3학년 어린이들이다. 남대문시장과 가까운 이 지역엔 아직도 봉제공장이 많아생계에 바쁜 부모 때문에 학교가 파한 뒤 방치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교회가 마련한 것이 지역사회학교다. 이 학교엔 방과후교실 외에도 독서교실,코스영어, 음악학교 등 다양한 메뉴가 이런 아이들을 기다린다.

만리현교회는 1932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창립 73돌째다. 구도시의 오랜 교회들이신자들의 고령화와 함께 활력을 잃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94년 이형로목사(53)가 오면서 이 교회는 더욱 더 활력 넘치는 교회로 변해갔다.

이 목사는 신자들이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하라고 하기에 앞서 교회가 신자들을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그래서 신자들에게 ‘서비스’하는교회를 만들어갔다.

어린이집・홀몸노인 돕기등 지역사회 봉사활동 활발주일 예배 시간대별세분화청년층 위해 뮤지컬 공연도 설립 73돌 신자들 발길 이어 이 교회 주일예배는 시간대별로 5부까지 있다. 주일 새벽 5시30분에도 가족이나친척의 결혼식 등의 행사나 회사 근무 때문에 낮 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단 몇명의 신자들을 위한 정규 예배를 두고 있다. 이 목사의 부임 뒤 10년 간 장년출석신자가 350명에서 900명으로 늘어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20~40대 젊은신자가 60%나 되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로 꼽힌다. 그러나 결과엔 원인이 있게마련이다. 5부 청년 예배는 통상적 예배가 지루하다며 몸을 뒤틀곤 하는 청년들을위해 흥겨운 가스펠송을 많이 부르고,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한다.

“갈수록 삶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선택’할 수 있게 해야지요.” 이 목사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예배만이 아니다. 교회 안 팀, 즉동아리활동도 연말에 ‘팀사역 축제’에서 결정하게 한다. 이 때 신자들은 교회와지역사회는 무엇을 필요로 하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또 자신이 사명감을느끼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따져 봉사할 팀을 결정한다. 그러니 신자들은 봉사에더욱 열정적이고 헌신적일 수 밖에 없다.

인근의 홀몸노인들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우들을 돕는 것에서 나아가 매주 수요일낮엔 경노당과 효창공원의 노인 등을 모셔 간단한 예배 뒤 점심을 대접하고,수지침을 놓아드리고, 치매예방을 위해 종이접기를 하기도 한다.

가난한 동네 교회지만 이 교회엔 평균 이상의 헌금이 걷힌다. 교회의 나눔에동참하는 것을 행복해하는 교인들이 있어 만리동고개가 행복해지고 있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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