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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콤한 인생"의 팜므파탈역 신민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 팜므파탈이 아니에요." 여자 나이 스물한살.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해가는, 그래서 어리다고만 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신민아와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 희수 도 그렇다. 천진함 속에 숨겨져 있는 묘한 교태. 영화 속 두 남자를 파멸로 몰아가는 희수와 소녀에서 여인으로 한걸음 다가선 연기자 신민아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닿아있다.
조직 전체와 의리없는 전쟁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액션 느와르 영화에서 그녀는 사건의 도화선이 되는 팜므파탈(Femme Fatale,치명적 여인) 희수역을 맡았다.
보스(김영철)의 애인인 그녀의 묘한 매력에 선우(이병헌)는 순간 흔들리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해 선우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어두운 밤거리와 범죄, 운명적 비극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 느와르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팜므파탈은 의도적인 섹스어필은 띠고 있지 않으면서도 치명적인 여자다.
미니스커트에 운동화 차림이라는 의상의 언발란스와 상대에는 관심도 없어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팜므파탈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롤리타와 요부의 중간쯤이 영화 속 희수의 모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팜므파탈이 아니에요. 요부의 의도적인 섹스어필도 없고 상대방에게도 관심이 없어보이죠. 노골적인 교태는 오히려 연기하기가 쉽잖아요.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모호함이 표현하기 쉽지 않았죠." 전형적인 팜므파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힌트를 줄만한 다른 영화나 캐릭터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느와르 영화보다는 오히려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좋은 교본이 됐다.
""그녀에게"에서처럼 평범한 듯 보이는 여자가 더 섹시할 수 있어요. 팜므파탈의 모습은 모든 여자에게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혹은 노골적인 것 같지만은 않아요. 남자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드러나는 섹시함만은 아니죠." 신민아는 지난해 1년간 의도하지 않은 휴식기간을 가졌다. 출연 예정이었던 영화의 촬영이 계속 늦춰지다 결국 제작이 취소된 것. 덕분에 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 생활에 충실하며 넉넉한 생활을 가질 수 있었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하는 법. 지나치게 성급한 욕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고 말하는 그녀는 출연작을 하나씩 늘리면서 스스로를 점점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검도(화산고), 미용기술(마들렌), 권투(때려) 등 특기를 하나씩 쌓아가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첼로 연기에 도전했다.
첼로는 희수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소품이다. "안고 연주하는 악기의 특성상 모성애를 드러낼 수 있으며 동시에 천진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 한 장면 분량이지만 그녀는 첼로 연주를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석달간 집중적인 레슨을 받았다.
"초등학교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어서 남들보다 시작이 용이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설명하는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게 배우의 장점이다. 배우가 아니었으면 전혀 안해봤을 것들을 하나씩 익혀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흐뭇해했다.
2005년은 그녀에게 잡지 모델로 연예활동을 시작한 지 7년째 되는 해며 2001년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로 연기자 신고를 한 지 5년째 되는 해다. 벌써 세번째 영화에 출연하는 그녀는 신인의 옷을 벗어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1년의 공백 후 출연한 "달콤한 인생"은 어떤 영화일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영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같이 연기한 배우들이 기가 센 분들이시잖아요. 그 분들의 카리스마가 제게 부담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이 되더군요. 선배 배우들과 감독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끊임없이 생각하게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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