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빼곡 '방학 맞아?'

2005. 1. 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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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이한 대학 도서관이 ‘확’ 달라졌다.

일부 고시생들만 드문드문 눈에 띄던 한적한 옛 풍경은 사라졌고, 넉넉하던 자리는 학생들로 꽉 찼다. 이용하는 학생들도 국제무역사, 금융자산관리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과 취업 준비생들이 대부분이다. 고시생이나 유학 준비생들만의 공간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특히 중・하위직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크게 늘어 ‘공무원 고시’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지난 14일 오후 10시 서울 중앙대 도서관. 밤 늦은 시간이지만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학생들로 가득했다. 책상 위에는 부동산평가이론, 금융자산 관리사 평가시험 문제집, 시사상식, 한자능력 검정시험 교재, 한국사 교재 등 각종 수험서가 펼쳐져 있었다. 전공 공부를 하거나 교양도서를 읽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일반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한 하모씨(25・법학과 3)는 “사법시험을 염두에 두고 법대에 왔지만 사시에 패스해도 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하씨는 “7급 공무원시험은 수험생이 워낙 많아 경쟁률이 수만 대 1”이라며 “9급이라도 되면 감지덕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날 오전 서강대 도서관 지하 휴게실에서 공무원시험 스터디를 하던 신모씨(24・중문 4)는 “힘들여 대기업에 취직해도 10년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명예퇴직 부담이 적고 복지체계가 우수한 공무원 쪽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씨(24・중앙대 법학과 3)는 “예년엔 방학 중 도서관 자리를 잡기가 쉬웠는데 요즘은 오전 10시 전에 나오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며 “저학년들은 주로 토익・토플을 공부하고, 고학년들은 대부분 공무원 시험이나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등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김모씨(24・통계학과 4)는 “일찌감치 보험회사로 진로를 정하고 보험계리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색 자격증으로 취업난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저학년도 ‘취업전쟁’의 예외가 아니다. 서강대 3학년 황모씨(경영학부)는 “토익 950점에 자격증 3개 정도는 기본”이라며 “방학 중 영어공부를 끝낼 생각으로 매일 도서관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5~29세 실업자가 10명 중 1명꼴인 ‘청년실업시대’의 우리 대학 도서관이 학문 연구는 제쳐둔 채 취업을 위한 생존싸움터로 바뀌고 있었다.

〈최명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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