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재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목록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중국 소재 고구려 관련 유적이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1일 속개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목록에 등재가 확정됐다.
이 목록에 등재된 공식 명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Capital Cities and Tombs of the Ancient Koguryo Kingdom). 이 제목에서 비상히 눈여겨 볼 것은 "고구려"에 대한 영어 표기가 중국식인 "Kogury"가 아니라 한국식 발음인 "Koguryo"라는 사실이다.
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 서길수 회장은 이에 대해 "아마도 북한이 지난해 WHC 총회에 먼저 고구려 문화유산에 대한 등재신청을 하면서 "Koguryo"로 표기했기 때문에이를 의식해 중국도 이런 영문표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은 크게 수도(도읍지)와 광개토대왕비 및 고분 관련 유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도(Capital Cities)와 광개토왕비 = 광개토왕비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어설명을 생략한다. 고구려 수도를 영문표기에서 "Capital Cities"라고 복수로 표시한까닭은 고구려가 초기에 여러 차례 천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목록에는 만주에 소재한 고구려 수도 유적지가 망라돼 있다.
오녀산성(일명 홀본성)을 필두로 두번째 도읍지인 국내성, 전란 때 임시 수도나 왕성의 주요 배후성으로 지목되는 환도산성이 있다.
이중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산 정상 평지에 자리잡은 오녀산성은 남북길이 600m, 동서너비 130-200m 가량 되는 길쭉한 성곽으로 지난 96-98년 발굴조사에서2천여점에 달하는 고구려시대 유물이 쏟아졌다.
학계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곳이야말로 부여에서 쫓겨난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한 터전이라 하고 있으나, 사실 이를 뒷받침할만한 결정적 증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성 북쪽 약 2.5㎞ 지점에 위치한 환도산성은 산상왕 13년(209) 공손강의 침입 때 이곳으로 천도해 한동안 왕성으로 사용되다가 38년만인 동천왕 21년(247)에국내성에 도로 왕성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가 고국원왕 12년(342)에 다시 이곳을 왕성으로 삼았다가 이듬해 국내성에 자리를 양보했다. 둘레가 6천951m에 달하는 거대한 석축 성곽이다.
국내성은 유리왕 22년(서기 3) 이후 427년 장수왕이 평양으로 천도할 때까지 약400년에 달하는 장구한 세월 동안 고구려 왕성이었다. 이 기간 국내성은 간헐적으로다른 곳에 왕성 지위를 내주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앞두고 이들 유적지를 최근 들어 대대적으로 발굴조사하고 정비했다.
▲고분 = 총 26기인데, 왕릉 혹은 주요 권력자가 묻힌 곳으로 생각되는 무덤들로 구성돼 있다.
이중 고구려 특유의 피라미드형 계단식 적석분으로는 마선구 626호분ㆍ동(同) 2100호분ㆍ동 2378호분ㆍ천추총ㆍ서대묘ㆍ칠성산 0211호분ㆍ동 0871호ㆍ태왕릉ㆍ임강총ㆍ우산 2110호 및 992호ㆍ장군총ㆍ장군총에 딸린 무덤이 있다.
또 석실 봉토분으로는 각저총ㆍ무용총ㆍ마조총(馬槽墓. 말구유 무덤)ㆍ왕자총(王字墓. 王이라는 명문이 출토된 무덤)ㆍ환문총(環紋塚. 고리무늬무덤)ㆍ염모총(苒牟塚)ㆍ산연화총(散蓮花塚. 연꽃무덤)ㆍ장천(長川) 1ㆍ2ㆍ4호분이 있다.
이어 우산묘구(禹山墓區) 3319호분ㆍ동 2112호분ㆍ오회분(마치 투구 다섯 개를엎어놓은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 중 1ㆍ2ㆍ3ㆍ4ㆍ5호ㆍ사신총(四神塚)ㆍ사회분(투구 4개를 엎어놓은 모양) 중 1ㆍ2ㆍ3ㆍ4호분ㆍ절천정분(折天井墳.꺾인천장무덤)ㆍ형총(兄塚)ㆍ제총(弟塚. 형총과 제총은 상대적으로 크기를 대비해 붙인 이름)ㆍ구갑총(龜甲塚.거북등껍데기무덤)이 있다.
이들 무덤 중 벽화가 확인되는 곳은 각저총ㆍ무용총ㆍ마조총ㆍ왕자총ㆍ환문총ㆍ염모총ㆍ산연화총ㆍ장천1ㆍ2ㆍ4호분ㆍ우산묘구 3319호분ㆍ오회분 중 4ㆍ5호ㆍ사신총ㆍ절천정분ㆍ구갑총 등 17기이다.
무덤 명칭에는 각기 사연이 있는데 오회분이나 사회분, 혹은 형총이나 제총처럼무덤끼리의 상대적인 위치나 모양새에서 유래한 것도 있고, 청룡ㆍ백호ㆍ현무ㆍ주작의 사신(四神) 벽화가 확인된다 해서 사신총, 씨름하는 그림이 있다 해서 각저총(각저는 씨름을 의미), 춤추는 그림이 있다 해서 무용총 등으로 일컫는다.
천추총(千秋塚)이란 이 무덤에서 "천년만년 영원하라"는 정도로 해석되는 "천추만세영고"(千秋萬歲永固)라는 글자가 적힌 벽돌이 나온 데서 비롯된다. 광개토왕릉으로 지목된 태왕릉 또한 태왕(太王)이라는 글자가 적힌 벽돌에서 이름을 얻었다.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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