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상상력의 사업이다"..박진환 네오위즈 사장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2004. 6. 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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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가 제공하는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 "쥬크온(JukeOn)"은 자동전축으로 번역될 "주크박스(Jukebox)"에서 따온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진환(32) 네오위즈 사장의 경우 "주크박스"를 보고서 미국의 "서부영화"를 먼저 떠올린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북아메리칸 유성기"라는 회사가 "주크박스"라는 자동전축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 1888년이니, 그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서부영화마다, "주크박스"는 술집 한 켠을 채우는 훌륭한 소도구였겠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를 온라인 음악의 유료화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주크박스라는 게, 동전을 넣고 음악을 듣는 것인 만큼, 이미 서부시대 때부터 "음악=유료"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쥬크온을 시작할 때만 해도 "벅스"나 "소리바다" 등 온라인 음악은 무료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의 상상력은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래서일까. 박 사장의 첫인상은 "황야의 개척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메일주소가 "Pioneer@neowiz.com"인 점은 그 스스로 또한 그렇게 보이고 싶어한다는 표징으로 읽힌다. 드러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더라도, 끝없이 "개척자"로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것이다.

그의 삶 전체는 모르되, 적어도 인터넷에 관한 한, 그의 사업은 "개척자의 생활"로 보인다. 서부시대에 청교도가 개척할 땅이 광활한 아메리카 신대륙이었다면, 그의 신대륙은 아메리카보다 더 광활한 인터넷인 것이다. 또 "서부영화"에서 청교도의 무기가 "총"이었다면, 그의 무기는 "상상력"일 것으로 짐작된다.

네오위즈의 양대 사업 가운데 하나인 게임 분야의 브랜드, "피망"은 그 상상력의 최고봉이랄 수 있다.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한해살이풀 = 피망".그런데, 도대체 이러한 사전적 의미의 "피망"에서 어떻게 게임을 연상할 수 있을까. 놀라운 상상력이랄 수밖에 없다. 그도 피망을 게임 포털 브랜드로 택한 것에 대해, 최근에야 "사실은 큰 모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피망"은 그가 처음 생각해낸 것도 아니었다. 실무자 머리에서 나왔다. 그도 처음엔 반대하였다. 그에게조차 그런 상상력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부족한 상상력을 빌리기로 결단을 내린다. 게임과 더 가까이 있고, 게이머들과 끝없이 호흡하는 실무자의 상상력을 믿기로 한 것.결과는 대박이었다. "피망"은 그 상상력에 힘입어, "터지는 재미"라는 당초 사업의 컨셉을 훌륭히 충족시키는 브랜드였다.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확산됐다. 뒤늦게, 아주 분명하게 확인된 일이지만, 네티즌에겐, "느낌"이 "합리적 판단"을 초월할 때가 왕왕 있는 것이다.

그 뒤, "땅콩"이나 "레몬볼" 같은 이름이 게임 포털 주류 브랜드가 돼버렸다.

그의 "개척자적 상상력"의 극치는 뭐니뭐니해도 "아바타"다.

아바타(avatar)는 "사이버 공간의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오늘의 네오위즈가 있게 한 "현실적 실체"다. 인터넷 공간에 아바타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단순한 눈 요깃거리에 불과했다. 그냥 보고 즐기는 것이었다. 아바타에 입힐 "사이버 옷"을 네티즌이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처럼 보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땅을 벗어나면 그렇게 생각하는 나라가 많다.

그런데 당시 네오위즈의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박 사장은 당시 대표이사였던 나성균 전 사장 등과 함께 이 "웃기는 사업"을 결행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으려는 헛된 욕심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사이버 공간을 누비고 다니는 네티즌의 "자기 현시((顯示) 욕구"가 "현실적 실체"라고 본 것이다. 그것은 시장이 된다는 뜻이다.

이미 다 알려진 일이지만, 이 또한 대박이었다.

특히 아바타 사업은 2000년 이후 가입자만 가득 모으고 수익 구조가 없어 고달펐던 닷컴 업계에 섬광과도 같은 희망이었다.

이런 박 사장의 "개척자적 상상력"은 대학 때 경험했던 "연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대 연극회에 있었다. 드높은 상상력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연극과 인터넷이란 두 매체의 속성은 어쩌면 많이 닮았다. 말하자면, 그의 연극적 상상력은 인터넷에서 꽃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상상력의 예봉을 갈되, 독선을 견제하려 노력한다.

그에겐 대학 연극반 시절, "상상력의 열정" 때문에 독선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사장은 지나친 열정 때문에 후배들을 닦달하는 데만 치우쳐 거센 비난을 받고 연극반을 떠나야 했다.

그는 뒤늦게 ""연극 동아리"라고 해서 "공연"만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기고 또 값진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회사 운영에 적용된다.

"네오위즈를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만들지 말자. 함께 느끼고 즐기는 열린 공간으로 여길 수 있게 하자." 그가 만들어가고 싶은 회사는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그는 또 "가장 큰 자산이 뭐냐"는 질문에 "네오위즌(neowizen.네오위즈의 인재)"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런 박 사장의 "개척자적 상상력"이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그에게 경영을 맡겼던 네오위즈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나성균 전 사장이 군복무를 마치고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하늘의 해가 두 개일 수 없듯, 전・현직 사장의 동거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도 어떤 구설을 나을지 모른다.

"말을 아끼고 싶다." 나 전 사장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 이렇게 대답할 만큼 난감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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