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0년으로 본 100년후의 한반도 기후는..

2004. 3. 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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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나는 한반도’평균 6.5도 오른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촌의 환경・생태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반도에선 지난 한세기 동안 어떤 기후 변화가 일어났을까 오는 25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은 1904년근대적 측정을 시작한 지 100돌을 맞는다. 이에 맞춰 기상청 기상연구소는 지난100년의 기상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반도 기후 변화 흐름을 되짚고 미래 100년의변화를 예측하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한세기 동안 겨울 한달 단축…기온 1.5도 상승열대야・집중호우 잦고개화시기 20일 빨라져2100년 6.5도 더 더워지고 강수량 10.5% 늘듯 “이러다간 100년 뒤 한반도에 겨울은 거의 사라지고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될 것같습니다.”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오재호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는“지구 온난화가 지금처럼 지속되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 현상도 더욱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난화의 영향은 지구 전체보다 한반도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었요. 지난 100년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올랐고 앞으로 100년 동안에도훨씬 높은 상승 폭을 나타낼 전망입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의 권원태기후연구실장은 “향후 100년의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물론 이에 대한 대응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가 지난 100년 동안 뚜렷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한 세기 동안 한반도의겨울은 한달 가까이 짧아졌으며 평균 기온은 1.5도나 올랐다. 열대야가 늘고 봄에첫꽃이 피는 시기는 20여일 가량 앞당겨졌으며 집중호우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100년 동안의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한반도 기후 100년의 변화와 미래전망’ 보고서는 한반도의 기후가 어느 방향으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온난화, 지구 평균보다 속도 빨라 가장 뚜렷한 기후 변화는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이런 온난화의 효과는 지구 평균보다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반도 온난화 지구보다 빨라짧은겨울 긴여름 현상 가속화 권 박사는 “1904년 이후 200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기온 자료들을분석해보니, 현재 13.5도 가량인 평균 기온은 그동안 1.5도나 올라 지구 평균상승폭(0.6도)을 훨씬 웃돌았다”며 “이는 주로 지구 차원의 온난화와 한반도도시화의 영향 탓”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구 온난화가 거의멈췄던 1960・70년대에도 꾸준히 올랐는데, 이는 당시 한반도에서 급격한 산업화와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기온의 패턴도 독특한 변화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중부와 남부지방의 하루최고기온과 최저기온 극값을 분석했다. 그 결과 80년 동안(1920~1990) 여름 낮의최고기온 빈도는 비슷했으나 겨울 밤의 최저기온 빈도는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권 실장은 “한반도의 평균기온 상승이 ‘무더운 여름’보다는 ‘따뜻한겨울’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계절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균기온 5도이하’인 겨울은 1920년대엔 3월 하순에야 물러났으나, 1990년대엔 3월 초순이면벌써 봄기운이 찾아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이 한달 가량 짧아진 대신에‘평균기온 20도 이상’인 여름은 다소 길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남부 작물 재배지 점차 북상수온상승 해양생태계도변화 잦은 집중호우 강수 패턴도 바뀌어 비가 내리는 양상도 바뀌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 강수량은 20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910년대에 1150㎜였던 평균 강수량은 1990년대에1250㎜ 이상을 나타냈다.

권 실장은 “문제는 강수량의 증가보다 강수일이 줄어드는 전반적 추세”라며“집중호우가 예전에 비해 더욱 잦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루강수량이 80㎜ 이상인 ‘호우’의 발생일은 1954~63년엔 연평균 1.6일이었으나1994~2003년엔 2.3일로 늘었다. 남부지방의 강수량 자료에서도 지난 90년 동안 연강수량은 7% 늘고 강수일은 14%나 줄어 “최근 20년 동안 강수 강도가 18% 늘고여름 집중호우의 빈도도 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후연구실은 밝혔다.

달라지는 기후, 달라지는 생태 기상연구소와 이승호 건국대 교수(지리학) 연구팀이 공동조사한 결과, 한반도온난화는 우리 땅의 식물 식생분포에도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왕대가 대표적 사례다. 19세기 조선시대 사료에 나타난 왕대의식생분포를 최근 연구팀이 답사를 통해 재확인한 결과, 왕대의 식생지는 19세기에비해 무려 100㎞나 북상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부지방에 주로 살던 왕대의 식생지는 이미 서쪽으로 소백산맥을넘어섰고 동쪽으로는 예천까지 올라와 있다”며 “식생분포의 변화는 마늘 등 다른작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택 농업과학기술원 박사는 “봄과 가을의 기온 상승으로 봄은 일찍 찾아오고가을은 늦게까지 이어져 작물의 생육기간이 길어지는 변화가 뚜렷하다”며“작물기간이 늘고 재배지역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지만 병충해의 피해도 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단감・배 등 일부 과수의 재배지대는 약간씩 북상하고있으며, 가을보리의 재배지도 내륙보다 덜 추운 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해양의 표면수온 변화를 연구한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한반도 주변바다의 연평균 표면수온은 지난 33년(1968~2000년) 동안 동해에서 0.72도,남해에서 0.53도 올랐으며 서해에선 가장 높은 0.99도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며“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들이 점점 더 자주 출현하고 김 양식지도 북상하는 등해양생태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강수량 쑥쑥증발량 늘어 되레 건조주의보 이대론 2100년 한반도, 6.5도 더 더워져 오는 100년 동안 한반도에선 지난 100년에 비해 더 큰 폭의 기후 변화가 일어날것으로 기상연구소는 예측했다. 지금의 추세대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수의배출량이 늘어난다면 2100년께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강수량은지금보다 10.5% 가량 늘고 평균기온은 무려 6.5도나 오르는 변화를 초래할 수도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이런 기온 상승은 지구 차원의 예상 상승폭인 4.6도를웃도는 수치다.

권 실장은 “강수량은 늘어나지만 심한 가뭄도 예상돼 2030년대 무렵에 극심한건조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온 상승으로 증발량이 늘어나 건조현상이 여러지역에서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의 기후 예측은 지난 100년의기상관측 자료를 토대로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후예측 프로그램을 기상청의슈퍼컴퓨터에서 가동해 얻어진 것이다. 100년 뒤 한반도의 미래 기후를 예측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실장은 “기후 시나리오는 지구와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등 노력에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나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집중호우가잦아지는 변화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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