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시대되면 남성이 더 좋아"

[한겨레] ‘호주제 폐지’정당성 밝혀 ‘올 여성운동상’받은 최재천교수 “자연은 암컷 중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부분 생물들은 수컷이 암컷에 의해선택받지 못하면 번식할 수 없습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볼 때 명백한 자연의섭리입니다.”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들리겠지만, 실은 한 남성 과학자의 견해다.
주인공은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사회생물학을 가르치는 최재천(51) 교수. 그는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요청으로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담은‘부계혈통주의에 대한 과학자의 의견’을 제출해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새로운관점에서 제기했다. 인류의 족보와는 달리 생물학적 족보는 여성의 혈통만을기록해 왔다는 게 요지였다. 최 교수는 이 공로로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는‘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이 상은 매년 여성・사회단체의 추천과 심사를통해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최 교수는 “양성평등 시대가 오면 정말 살기 좋아지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남성”이라며 “호주제 폐지 운동에 한몫을 한 게 사실은 남성을 위해 한 일인데여성계로부터 상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호주제 폐지 운동을 돕는 일에 나섰다가 유림 등 같은 남성들로부터 수많은비난과 사이버테러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럴 때마다 최 교수는 “생물학을연구하는 과학자로서 합당한 최선의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그들을 설득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주위의 선・후배・동료 교수들로부터 “사람이 변했다”는잔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과학자로서의 소신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호주제폐지에 목청을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우선 남성들에게 “빨리 마음을 열고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변화에 적응하라”고 충고한다. 또 은근히 남성중심 사회에 안주하려는 여성들도생각을 바꿔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여성연합은 지난해 여성권익에 도움을 준 ‘디딤돌’상에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소속 여성활동가,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소수자를 강단으로끌어들인 서울대 법대 안경환 학장, 전국여성노동조합 학교비정규직 조합원,성매매에 대한 국가상대 배상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끈 배금자 변호사 등을선정했다.
또 ‘걸림돌’상에는 호주제폐지에 반대의사를 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 〈동아TV〉의 ‘도전, 신데렐라’ 프로그램, ‘기저귀발언’을 한 예장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 여성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한나라당 이경재 의원 등을 선정했다.
글・사진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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