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뿌리는 '남방+북방'

2004. 2.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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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인은 대부분 남방의 농경문화 민족에서 그리고일부는 북방의 유목・기마 민족에서 비롯돼 ‘이중의 민족기원’을 지닌다는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인과 몽골인이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최근 다른 연구결과와 달리,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중국 베이징 한족과 만주족, 일본인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분석됐다.

이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한국인의 민족기원과 관련한 연구 가운데 가장 오랜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욱 단국대 교수(인류유전학) 연구팀은 17일 “한국인을 비롯한중국・일본・베트남・몽골 등 동아시아 11개 민족집단에서 1949명의 유전자를조사・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북방계보다는 주로 남방계에서 비롯한 것으로나타났다”며 “그러나 북방계도 뚜렷해 ‘이중의 민족기원’ 현상이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휴먼 지네틱스〉의지난해 12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유전되는두가지 염색체의 디엔에이(DNA)를 이용해 민족의 기원과 이동을 추적했다. 하나는아버지에서 아들한테만 전수되는 ‘와이(Y) 성염색체’의 디엔에이이며, 다른하나는 난자 세포에만 존재해 모계로 전수되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다. 김 교수연구팀은 2001~2003년 한국과학재단 지원으로 11개 민족 738명의 와이염색체를,2002~2003년엔 8개 민족 1211명의 미토콘드리아 염색체를 비교 분석해 이런 결과를얻어냈다.

먼저, 와이염색체를 분석한 결과는 ‘한국인의 원류는 북방 민족’이라는 세간의인식과 크게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16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대인(호모 사피엔스)은 6만~8만년전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이주 집단의 한 갈래가 2만~3만년 전아시아 남쪽으로 가는 과정에서 와이염색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엠(M)175’라는유전자형을 지니게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에 와이염색체를비교해보니 한국인 75%에서 이런 유전자형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7, 8명이 아시아 남쪽으로 이동하던 2만~3만년 전의 집단과동일한 와이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몽골인을 뺀 동아시아인대부분에서 엠175 유전자형은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은 엠175 유전자형 집단이 중국 중북부인황허・양쯔강 유역에서 농경문화를 이룩해 인구의 대팽창을 일으키면서 5천년 전쯤한반도와 다른 아시아 남부로 퍼져나갔다는 유전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중국 중북부 농경민족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남방계와별개로, 한국인에선 몽골・시베리아 북방계 와이염색체의 유전자형(20%)도발견됐는데, 이는 남방계가 대규모로 옮아오기 이전에 알타이산맥이나 시베리아바이칼 주변에서 빙하기를 피해 남하한 집단이 먼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풀이된다. 결국 “지금의 한국인은 한반도에 먼저 들어온 일부 북방계와, 대규모로이동해 들어온 남방계 농경민족이 섞여 이뤄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이번 11개 민족집단의 비교분석을 통해, 2300년 전쯤농경문화를 전한 야요이족이 한반도를 통해 일본 본토로 이주했다는 유전적 증거도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주로 중국 중북부 농경문화에서 비롯했다는 와이염색체의 분석결과는 이연구팀이 따로 벌인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의 분석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하는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 교수 연구팀의 결론은 ‘한국인과 몽골인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는최근 다른 연구팀의 연구결과와 달라 논란을 일으킨다. 지난달 30일 김종일 한림대교수(생화학교실)는 ‘한국인 66명과 몽골인 72명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분석한 결과 두 민족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는 중간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우리는 한국・몽골인 사이의 유전적 관련성만을 연구한것이며 연구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 것같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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